[법알못] 제주 5성급 호텔 사우나에서 알몸이 노출됐어요

입력 2021-02-16 10:25
수정 2021-02-16 17:12


제주도 5성급 호텔로 신혼여행을 간 A 씨.

A 씨는 스위트룸 전용 수영장과 샤워시설을 이용했다.

호텔의 여성 사우나와 여성 화장실은 전면 통유리창으로 돼 있었다.

외부에서는 내부가 안 보이고 내부에서는 경치를 보며 사우나를 할 수 있는 미러 코팅이 돼 있다고 하길래 이틀 연속 사용했다.

하지만 마지막 날 산책을 하던 A 씨는 사우나 쪽 창문을 통해 사우나 내부 온도계가 보일 정도로 훤히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됐다.




놀란 A 씨는 호텔 측에 해당 내용을 항의했다.

호텔 측에서는 "외부에 미러 코팅이 돼 있어서 낮에는 안 보이고 저녁에는 블라인드를 내린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A 씨가 사우나를 이용할 당시 블라인드가 내려가 있던 적은 없었다. 게다가 2일째 사우나에 혼자 밖에 없었던 터라 내부 사진을 찍어둔 게 있어서 "블라인드가 내려가 있지 않았다"며 사진을 보여주자 호텔 측은 "이틀 연속 '실수로' 블라인드를 올려두었다"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했다.

호텔 직원 동행 하에 여성 샤워실 사진을 찍었다.



호텔 입구, 산책로, 주차장, 심지어 객실 발코니 어느 각도에서도 샤워실과 화장실 내부가 선명하게 보였다.

호텔 측에서 주장했던 미러 코팅은 샤워실과 화장실을 제외하고 돼 있는 상태였다.

결국 A 씨는 수많은 사람 앞에서 화장실을 이용하고 알몸으로 샤워를 했다는 충격에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

A 씨는 "해당 호텔 사우나를 이용한 다른 투숙객들은 이런 피해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면서 "호텔 측에 투숙객들에게 해당 내용을 공지하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앞으로 저희 같은 피해자가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주 호텔 사건과 상황은 다르지만 2013년에는 외벽이 통유리로 된 호텔 건물 내부를 훤히 볼 수 있게 됐다면서 인근 주상복합 주민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과 관련 판결이 나왔다.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인 '현대 아이파크' 35∼48층 주민 5명은 부산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에 세운 특급호텔 '파크 하얏트 부산'을 세운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가구당 1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화해권고 결정을 했고 양측이 받아들여 확정됐다.

원고 가운데 1명은 호텔 객실 내부는 물론 화장실까지 훤히 들여다보여 '성행위 금지'라는 문구와 함께 비키니 차림의 마네킹을 거실에 둬 사생활 침해의 심각성을 알리기도 했다.

재판부는 "분쟁 발생 후 호텔 유리에 시트지를 붙였지만 사생활 침해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제주 호텔 사우나 피해자 A 씨는 어떤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을까.김가헌 변호사는 위 사건에 대해 "A 씨 사생활이 침해당한 것은 맞기 때문에 민사상 손배청구를 할 수가 있다"면서 "다만, 나신을 고의로 노출시키게 만들거나 사진을 촬영하거나 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형사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에는 해당되는 구성요건이 없고 또 고의가 아닌 과실로 보이니, 호텔은 형사상 책임은 없고 민사상 책임만 질듯 하다"면서 "A 씨는 호텔에게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호텔 측에서 사우나에 미러 처리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과실(시공계약의 존재, 시설설비 확인여부등으로 확인)이 있다"면서 "사우나 내 고객의 프라이버시가 심각한 침해 가능성이 있다면(사우나 위치, 유리창 넓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정도와 자연스러운 시선처리로도 사우나 내부를 볼수 있다는 점 등) 이로 인해 피해자의 정신적 트라우마 발생에 있어 개연성과 예측가능성이 있어보인다"고 진단했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이런한 점이 입증된다면 업무상 과실치상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김가헌 변호사,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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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