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성폭행·고문' 中 위구르 문제, 美·英이 집중거론하는 이유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1-02-16 09:25
수정 2021-02-16 09:34

요즘 잘 쓰는 용어는 아니지만, 예전에는 이슬람교를 회교(回敎)라고 불렀습니다. '회교'라는 표현은 '회흘(回紇)족' 혹은 '회골(回?)족'의 종교를 지칭하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회흘'과 '회골'은 '위구르(Uighurs)'를 음차한 것입니다. 한족 중심의 중국인들이 보기에 언어·문화적으로 '이질적'인 존재인 위구르족이 믿는 상대적으로 낯선 종교를 회교라고 표현했던 것입니다.
오늘날 중국 영토 내에서 위구르족이 주로 사는 지역의 행정지역명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입니다. 여기서 '신장(新疆)'은 '새로운 강역(彊域)', 즉 '새로 얻는 영토'라는 뜻입니다. 원래는 중국의 영역이 아니었던 지역을 청나라 후기에 정복을 통해 새로 중국 영토로 편입한 것이라는 사실이 행정지역명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위의 용어들이 보여주듯 중국인들에게 위구르 인들은 중국 문화에 동화되지 않은 이질적인 존재로 비쳤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영향권 하에 들어선 이후에도 '중국과는 구별되는' 위구르 인들의 '독립'의 열망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세기 후반 '야쿱 벡'의 독립 움직임과 2009년 위구르족의 대규모 유혈 봉기 입니다.

1864년 청나라 신장 지역에 살던 위구르 무슬림들은 청조의 지배에 항거해 들고 일어섰습니다. 위구르 무슬림의 봉기에 맞춰 호칸드한국 출신인 야쿱 벡은 1865년 신장 지역으로 진출했고, 1867년까지 카슈가르와 야르칸드 등 동투르키스탄 전역을 석권했습니다. 이어 위구르 독립국을 선언한 야쿱 벡은 러시아와 영국, 청나라 간 세력 균형을 활용하며 우루무치 등 오늘날 신장 지역을 10여 년간 통치했습니다. 하지만 '실지' 회복에 나선 청나라와 전투를 벌이던 중 야쿱 벡은 1877년 독살되고 신장은 다시 중국의 지배하에 들어갔습니다. 중국은 야쿱 벡의 무덤마저 1878년에 초토화되며 '위구르 독립의 꿈'을 짓밟았습니다. 야쿱 벡이 위구르족 출신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현재까지 피억압 민족인 위구르족 사이에서 그는 '위구르족 영웅'으로 불리거나, '위구르 혈통'을 지닌 인물로 묘사되곤 합니다.

청나라의 해체와 국공내전 시기에 잠시 위구르족은 독립국가 수립을 선언했지만 1949년 중국에서 공산당이 승리한 뒤 다시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의 직접지배와 탄압이 반복됐습니다. 2009년에는 신장위구르 지역 최대도시인 우루무치에서 대규모 분리독립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 그리고 이 지역에 이주했던 한족이 노골적이고 무자비한 폭력으로 탄압에 나서 비공식적으로 사망자가 1000여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공식 사망자는 197명)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난 시위였던 것입니다.

중국의 탄압에도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중심으로 1200만 명가량의 위구르인들이 튀르크어 계열의 위구르어 등 독자성을 유지하며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세계 면화 생산의 5분의 1을 담당하고 있으며 석유와 천연가스 등 천연자원이 풍부합니다. 중국 석유 매장량의 30%, 천연가스의 34%, 석탄의 40%가 이곳에 묻혀있습니다. 또 지리적·군사적 가치도 높아 중국은 여전히 위구르인들을 놓아주려고 하지 않고 있습니다.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은 중국에서 시진핑 체제가 들어선 뒤 더욱 강해지는 모습입니다. 시진핑 집권 초기였던 2014년 위구르족의 분리 독립운동이 거세져 위구르족이 집단으로 관공서를 습격하거나 한족을 공격하는 사태가 이어진 게 빌미를 잡혔습니다. 신장 각지에서 한족을 대상으로 한 테러 사건이 발생하자 시진핑 정부는 위구르족 '재교육 시설'을 만들어 대대적인 탄압에 나섰습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운영된 위구르족 재교육 시설은 위구르 독립 의지를 꺾기 위해 갖가지 인권유린이 자행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때는 100만 명에 이르는 위구르인들이 강제수용됐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중국 측은 직업교육 시설로 법률교육과 직업훈련 등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항변했지만, 서구 국가들의 의심의 눈초리를 누그러뜨리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 같은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상은 미국에서 인권과 보편가치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을 전후해 더 뚜렷하게 부각되는 모습입니다. 중국에 대한 '공세'의 선봉에는 영국 공영방송 BBC가 나섰습니다. 이달 초 위구르족 재교육 시설(집단수용소)에 수감됐다가 풀려난 위구르족 여성을 인터뷰해 이곳에서 집단 성폭행과 강제 피임 수술, 고문 등이 이뤄졌다고 폭로한 것입니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영국주재 중국대사 류샤오밍을 스튜디오로 불러 집단수용소 화면을 보여주며 진상을 밝히라고 다그치기도 했습니다. 당시 류 대사는 "위구르족을 집단수용한다는 보도는 가짜이며 위구르족은 중국 내 다른 소수민족과 동일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위구르족 인권탄압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고 나섰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후 21일 만에 이뤄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통화에서 "홍콩에서의 인권 활동가 탄압, 신장 위구르족 자치지구에서의 인권유린, 대만을 포함한 인근 지역에서 강경해지는 행동에 대해 우려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입니다.

서방국가들의 위구르 문제 거론에 시진핑 주석이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고, 중국 정부가 BBC 월드뉴스의 중국 내 방송을 즉각 중단시켰지만, 과연 중국 정부 의도대로 중국에 대한 비판의 불을 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위구르가 중국 소수민족 정책, 인권정책의 치부가 모인 '약한 고리'라는 것을 서방국가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신장에서의 위구르족 통치가 흔들린다면 옛 소련이 붕괴할 때 당시처럼 다른 소수민족들의 통제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중국도 미국·영국도 주지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