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용 충전구역이 사실상 무법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기차 전용 충전구역 4200여 곳 중 위법 행위를 단속할 수 있는 구역은 1%인 43곳에 불과하다. 충전구역에 차량을 불법 주차해도 단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전기차 충전소가 부족한 데다 불법 주차 단속도 이뤄지지 않아 전기차 이용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 5년 새 23배 급증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는 13만5391대로 집계됐다. 2016년 1월(5776대)과 비교해 5년 만에 23배가량 급증했다. 하지만 충전 인프라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전기차 보급 대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급속 충전기는 9800여 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기 보급 속도가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느린 지방 거주자들은 전기차 충전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기차 차주들은 전기차 보급 대수에 비해 충전기가 턱없이 모자란 상황에서 기존에 설치된 충전구역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전기차 충전 방해 금지법)은 일반 차량을 전기차 전용 충전구역에 주차하는 등의 경우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원칙은 주차면수가 100면 이상인 대규모 시설에만 적용된다. 또 완속 충전구역과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 설치된 전체 전기차 전용 충전구역 4219곳 중 시가 단속할 수 있는 구역은 43곳(1%)에 불과하다. 시 관계자는 “전기차가 지금처럼 대중화되기 전에 제정된 법과 시행령을 따르다 보니 전용 충전구역의 불법 주차 및 충전 방해 행위는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민원이 들어오면 안내문을 보내고 계도하는 수준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임기제 공무원 5명이 단속 도맡아단속 역량도 부족한 상황이다. 현행법상 전기차 전용 충전구역의 불법 주차 및 충전 방해 행위의 단속 권한은 광역자치단체에만 있다. 기초자치단체는 민원이 들어와도 손쓸 방법이 없다. 서울시의 경우 임기제 공무원 5명이 서울 전역의 전기차 전용 충전구역 단속을 도맡고 있다. 이들이 지난해 5월부터 12월 말까지 불법 주차 및 충전 방해 행위로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7건에 그쳤다. 시 관계자는 “관련 법을 개정해 단속 대상을 늘리고, 단속 권한을 기초자치단체로 확대할 것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지만 관계부처는 묵묵부답”이라고 했다.
해당 법률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단속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국민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최근 완속 충전구역에서 충전 완료 후 차를 빼지 않고 12시간 이상 주차할 경우 충전 방해 행위로 처벌하는 방안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안에도 아파트 등 주거시설은 단속 대상에서 제외했다. 주거 시설에 설치된 완속 충전구역은 주로 야간 수면시간에 사용된다는 게 이유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구역의 불법 주차 및 충전 방해 행위의 단속 대상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의원 입법을 통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