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치킨과 피자 등 배달 음식 업종에 호재였다. 배달 수요는 폭증했고, 소형 매장들은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
프랜차이즈 본사 대부분은 매출 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여겼다. 각종 배달 앱을 통해 할인 행사를 열었고, 모바일 앱을 통해 할인 쿠폰과 증정 이벤트 등을 진행했다. 영업 제한 등 영향으로 오프라인 매장 운영은 관심 밖 영역에 남아있었다.
남들과 정반대 전략을 쓴 곳은 치킨업계 1위 교촌에프앤비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배달 앱을 통한 할인 프로모션은 최소화했고, 대신 중대형 매장을 크게 늘렸다. 전체 매장 1269개 중 106곳이 지난해 소형 매장에서 50㎡ 이상 중대형 매장으로 전환했다.
중대형 매장으로 주방 경쟁력을 강화한 이 전략은 통했다. 교촌의 가맹점 전체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경쟁사인 bhc(1550개)와 BBQ(1800개)보다 적은 수로 달성한 성과다. 교촌의 본사 기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4476억원.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 늘어난 410억원이었다.
교촌의 성공은 폐점률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폐점률은 0.08%로 프랜차이즈 업계 최저 수준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2~5%대 폐점률만 유지해도 우량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교촌의 지난해 가맹점당 연매출은 약 8억원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주방과 물류, '본질'에 집중한 점포 전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배달 음식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렸다. 치킨, 피자 등 배달을 중심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업계는 지난해 출혈 경쟁을 벌였다. 배달 앱을 통한 대규모 가격 할인 정책, 각종 온라인 몰을 통한 타임 딜 등을 진행했다.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본사의 영업이익은 줄거나 소폭 증가에 그친 곳이 대부분이다.
교촌은 반대로 본질에 집중했다. 가맹점을 급격히 늘리지 않고 기존 소형 매장을 내부 면적 50㎡ 이상의 중대형 매장으로 대거 전환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교촌치킨의 중대형 매장 비율은 2019년 기준 60%. 이를 2025년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코로나19로 인한 지난해 전체 매장 중 중대형 매장으로 전환한 점포는 106곳. 이 점포들의 치킨 판매량은 이전과 비교해 26% 늘었다. 지난해 교촌치킨 전체 가맹점의 배달 매출은 2019년 대비 21% 상승했다.
교촌 관계자는 "10년 이상 장기간 점포를 운영하는 점주들은 몰려드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먼저 중대형 점포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루 매출의 80~90%를 책임지는 오후 6시~9시 사이 피크 타임에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경쟁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교촌을 10년 이상 운영한 장수 점주 비중은 전체의 약 25%다.
상반기 물류 센터 완공…초격차 벌린다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교촌의 창업자인 전 권원강의 "교촌 간판을 달면 무조건 돈 벌게 하라"는 경영 원칙을 그대로 따랐다. 교촌의 30년 역사상 폐점률이 1%대를 넘은 적이 없다. 가맹 희망자가 수백 명씩 줄을 서도 가맹점 1000개가 돌파한 뒤로는 10여 년간 그 수를 유지해왔다. “장사가 너무 잘돼 힘들어서 그만하겠다”는 점주는 있어도 “장사가 안돼 못하겠다”는 점주는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지난해 교촌 가맹점 중 폐점은 단 1곳. 신규 점포는 112곳 늘었다.
교촌은 올해 가맹점 주문 물량 증가에 대비해 본사 물류 센터를 증설한다. 상반기 수도권 물류센터와 남부(김해)물류센터가 완공될 예정이다. 평택에 위치한 수도권 물류센터는 하루 평균 200t 이상의 물량을 수용할 수 있다. 기존 수용 능력(약85t)보다 2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교촌은 물류시스템 확충으로 국내 치킨 사업뿐만 아니라 가정간편식(HMR) 등의 신사업 등 전 사업부문의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진출도 본격화한다. 지난해 교촌 해외사업은 약 1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코로나19 영향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35% 성장했다. 현재 6개국 42개 매장을 운영 중인 교촌은 상반기 중 싱가포르, 중동, 아프리카 등 9개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소 회장은 "2021년은 창사 3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제 2의 도약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국내에선 탄탄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해외에서는 종합식품외식 기업으로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