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관행 부수고 '로켓 성장'…김범석 '쿠팡 매직'의 비결은

입력 2021-02-15 15:12
수정 2021-02-15 15:30
김범석 쿠팡 창업자(이사회 의장)는 사내에서 ‘범킴’이라고 불린다. 직원들이 그를 칭할 때도 ‘님’을 붙이는 정도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처럼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쿠팡엔 공식적인 조직도도 따로 없다. 특정 프로젝트가 주어지면 ‘작은 CEO’ 같은 리더들이 인력, 예산, 기술 등 필요한 자원을 끌어다 쓰는 식이다. 외부에서 쿠팡에 영입된 인사들은 다른 부서에서 무슨 일을 하는 지를 파악하는데만 수개월이 걸린다고 말할 정도다.

국내 대기업들이 으레 연말이면 정기 인사를 단행하고, 사업계획을 짜는 관행 역시 쿠팡엔 없다. 쿠팡을 경험했던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중장기 사업계획이란 개념조차 없다고 한다.
외부에서 보면 안개속 같아 보이지만, 내부에서 쿠팡을 바라본 이들은 쿠팡의 최대 장점을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라고 지적한다. ‘소비자가 우리보다 똑똑하다. 오늘 우리는 소비자를 어제보다 얼마나 더 만족시켰나’라는 ‘범킴의 원칙’만이 쿠팡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얘기다.

김 의장에 관한 ‘스토리’는 외부에 알려진 게 별로 없다. 16세이던 1994년에 현대건설 해외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건너가 하버드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하버드MBA를 거쳐 두 번의 창업을 했다는 정도가 알려져 있다. 쿠팡 이전의 창업은 모두 미디어 분야였다.

그를 만나본 이들은 김 의장에게서 받는 인상을 두 가지로 꼽는다. 마음 먹은 일에 관한 한 집요할 정도로 집착한다는 것, 그리고 사람을 설득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의 앨런 머스크,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등이 외부의 의심과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비전’을 임직원들과 함께 흔들림없이 추진한 것과 비슷하다.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현실화시킨데엔 김 의장의 용인술이 한 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장 준비를 위해 쿠팡은 2019년에 케빈 워시 전 미국연방준비위원회 이사를 이사회 멤버로 영입하기도 했다. 알베르토 포나로 CFO(최고재무책임자)를 글로벌 게임회사인 IGT에서 옮기게 한 것도 ‘신의 한 수’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쿠팡의 현금흐름을 ‘플러스’로 돌려놓음으로써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다’는 식의 쿠팡에 대한 편견을 잠재웠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