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대학 취업센터 전경.(사진=한경DB)
[한경잡앤조이=장예림 인턴기자] 대학생들이 졸업 전 산업체에서 전공 관련 직무를 경험해 볼 수 있는 ‘현장실습’ 시급이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에 그쳐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소재 모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이 모(24) 씨는 지난해 12월 대학 산학협력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한 마케팅 중소기업에 인턴으로 근무했다. 겨울방학 동안 인턴 근무를 했던 이 씨가 받은 급여는 한 달 40만원과 매달 학교에서 나오는 지원금 40만원이 전부였다.
이 씨는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다른 사원들과 똑같은 업무를 했지만 대학 현장실습생 신분이라는 이유로 최저시급도 안 되는 금액을 받고 일을 했다”며 “입사하자마자 제대로 된 교육도 없이 실제 업무에 투입됐다. 말이 대학 실습생이지 허드렛일부터 본 업무까지 해내야 했고, 신분은 실습생이어서 연차휴가나 산재보험은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 전자공학과에 재학 중인 구 모(25)씨도 지난 학기 학교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IT 중소기업 인턴으로 근무했지만 처우는 이 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6개월간 서버 개발 업무를 맡았던 구 씨는 전공 계열 직무를 실전에서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나 5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임금을 받고 일해야 했다고 말했다. 구 씨는 “학교 현장실습으로 채용하면 실습생이고, 회사가 자체 공고를 내서 인턴을 뽑으면 노동자”라며 “현장실습의 목적이 전공 관련 직무를 경험해보는 교육이 목적이라지만 사실상 현업에 가보면 일을 하기 위해 온 직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대학 현장실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은 기업마다 임금이 상이할 뿐만 아니라, 일부는 ‘수련생’·‘교육생’ 신분을 부여하며 최저시급에도 준하지 않는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
이 같은 대학 현장실습 인턴십 프로그램의 임금 제도가 유지된 배경에는 교육부가 정의 내리고 있는 ‘실습지원비 운영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교육부의 ‘대학생 현장실습 매뉴얼’에 따르면 제5조 제4항에 의한 수업의 요건을 갖추지 않는 현장실습으로서 ‘실질적 근로’에 해당하는 경우, ‘최저임금법’ 및 ‘근로기준법’에 따라 고시되는 시간급 최저임금액 이상의 실습지원비를 현장실습생에게 지급해야 한다.
△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 제5조 제4항.(사진=교육부 홈페이지)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실질적 근로’의 기준을 산업현장에서 구분 짓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질적 근로 즉, 수업의 요건을 갖추지 않는 현장실습은 대학 수업 차원을 벗어났기 때문에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 등 ‘근로자’ 신분이 적용이 된다. 이 경우 회사의 엄연한 직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처우가 보장될 수 있다.
하지만 수업의 요건을 갖춘 현장실습은 대학 수업의 일환으로 간주해 참여하는 학생을 근로자가 아닌 ‘수련생’, ‘실습생’ 신분으로 간주해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으로부터 자유롭다. 때문에 회사가 지정한 실습지원비(월급)가 최저시급에 못지 않더라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지원 삼일 노무법인 노무사는 “현장실습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사업장에서 일 경험을 수련하기 위한 교육의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로 간주하기는 어렵다”며 “근로자로 간주되지 않을 경우 연차휴가, 주휴수당, 초과근무수당 등을 받을 수 없고 최저임금에 미치지 않는 금액을 받아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노무사는 덧붙여서 “현장실습 인턴십 프로그램의 내용이 실습생과 근로자 중간의 경계에 있을 수도 있는데, 이때 학생과 협력사 간의 MOU 협약서에 따라 판단을 한다. 근로자냐 교육 실습생이냐의 문제는 한 가지 요소로 판단이 될 수는 없고, 대법원에서 판단하는 여러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한다. 가장 큰 요소는 상급자의 꾸준한 지휘감독이며, 사업장의 근로실태가 교육이 아니고 맹목적인 일을 시키는 것이라면 현장실습 취지를 벗어나 잘못된 것”이라며 “이 경우 근로자로 보고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을 적용해 보호하고 8시간 초과해 일을 했다면 연장근로수당 등도 수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 대학 취업센터 게시판에 취업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다.(사진=한경DB)
하지만 대학 측은 최소 2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이어지는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일일이 파악해 실질적 근로 여부를 따지기에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모 대학 인재개발센터 현장실습지원 담당자는 “현장학습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실습 전반기와 후반기 총 2번에 걸쳐 실습 일지와 업무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학생들의 세세한 근무 환경을 다 파악에는 한계가 있다”며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도 참여기업들에 최대한 맞춰줄 것을 요청하고는 있으나 기업 사정이 다 다르고 규모나 담당 업무도 다르기 때문에 강제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대학생 현장실습 임금 문제가 계속해서 논란이 되자 지난해 10월 ‘대학생 현장실습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해 현장실습 학생에게 최저임금의 75% 이상을 지급하고 상해보험과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할 것을 강제했다. 앞으로 현장실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최저임금의 75% 수준은 급여로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학생들은 개선된 임금 수준을 반기는 분위기이지만 당장의 취업 불경기에 근무조건을 가릴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는 3월 현장실습 인턴 프로그램 파견 예정인 최 모(24) 씨는 “취준하는 나 같은 학생 입장에서는 한 달 월급이 100만 원도 안 되는 현장실습 기업도 평균 10대 1 경쟁률을 뚫고 들어가야 해서 구직 자체만으로 간절하게 느껴진다”며 “사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장실습 참여기업 수도 대폭 줄은 상황이라 페이를 놓고 지원할 기업을 고를 처지가 안 된다. 한 곳이라도 더 넣어서 합격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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