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인플레 예상에도 약세가 이어지는 세 가지 이유

입력 2021-02-15 09:22
수정 2021-02-15 14:32


금 가격의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연 2% 안팎의 인플레이션과 백신 보급 및 경기 회복, 금리 상승 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안전자산인 금이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14일(현지시간) "올해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겠지만 금 가격은 하락할 것으로 본다"며 "연말 금 가격이 온스당 1800달러를 밑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1820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금이 소폭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다.

모건스탠리는 금값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보는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 번째, 올해 인플레가 예상되지만 향후 2년 동안 2%를 약간 넘는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란 점이다. 금은 그동안 인플레가 급등하거나 기대치가 높을 때 강세를 보여왔다.

금은 2003~2012년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2003~2007년 호황이 이어진 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2009~2010년 경기가 회복세를 탔지만 2011~2012년 유럽에선 국채 위기가 이어졌다. 이 때 금은 온스당 300달러대에서 180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2013년부터 5년간은 금은 비슷한 금융시장 환경에서도 약세를 보여왔다. 모건스탠리는 이는 인플레이션 기대치의 차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13년부터는 계속된 양적완화(QE)에도 인플레가 2% 이하를 유지하자 가격 탄력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우리는 향후 2년간 2%를 넘는 약간 넘는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예상한다"면서 "이는 금 가격이 강세를 보일 수 있는 높은 인플레이션 시나리오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금은 내러티브가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8월 금값은 사상 최초로 온스당 2000달러를 넘기도 했다. 당시는 전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과 경제 활동 붕괴,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 불확실성,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등이 이어지던 시기다.

모건스탠리는 "2021년은 거의 모든면에서 2020년과 반대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신 보급으로 미국 등에선 코로나 감염자 수는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경제지표도 개선되고 있으며, 미국 정치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퇴장 이후 차분해졌다. 시장 금리는 상승하기 시작했다. 금에 유리한 내러티브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 번째, 금은 수익률에서 다른 상품에 비해 매력이 낮다는 것이다.

올해 금을 제외한 구리 곡물 등 상품 가격은 경기 회복 및 수요 증가 예상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개선되고 있는 경제 지표는 금이 다른 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적이 저조할 것임을 의미한다"며 "가격 모멘텀이 좋지 않아 떨어지는 상품은 계속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앤드루 시츠 전략가는 "올해 인플레가 상승해도 금은 현 수준에서 추가 하락할 수 있다"며 "금의 수익율은 올해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