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 가짜뉴스법, '문준용 특혜 의혹'에 적용한다면…[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입력 2021-02-15 11:43
수정 2021-02-15 13:51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가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과 서울문화재단의 코로나19 지원금 특혜 의혹을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곽 의원은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문 씨가 단 4줄짜리 피해내용 기술서로 1400만원을 타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런 사실은 지난 10일 조선일보의 단독 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문 씨는 즉각 SNS에 "곽상도 의원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곽상도 의원은 제 심사 점수와 등수까지 기자에게 공개해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이것은 심각한 명예훼손이며, 국회의원의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 씨는 언론을 향해서도 "일부 언론들은 거짓인 부분만을 확대 왜곡하여 유포하고 있다"며 "이런 짓은 멈추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번 논란은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가짜뉴스법'을 추진하는 것과 맞물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민주당은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문 씨가 곽 의원과 조선일보의 보도를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해당 법이 어떻게 발휘할지 살펴봤습니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따르면 가짜뉴스로 인한 손해배상을 손해액의 3배까지 할 수 있습니다. 개정안을 잘 들여다보면 단순 가짜뉴스뿐 아니라 '사실'까지 손해배상 대상이 됩니다. 개정안에는 손해배상 대상을 '거짓의 사실(가짜뉴스)'뿐 아니라 '불법정보'까지 규정했는데요.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에는 '명예훼손을 유발한 사실'도 포함되기 때문에 곽 의원의 의혹이 사실이어도 문 씨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 대상은 언론사뿐 아니라 허위(라고 주장하는) 사실을 유통한 페이스북, 곽 의원 개인까지 될 수 있습니다. 개정안은 손해배상 책임 대상을 정보통신망법상 '이용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보통신망법상 이용자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제공하는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자'를 말합니다. 결국 언론사는 물론 SNS, 포털 등 기업과 이를 이용하는 개인 역시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됩니다.

사실까지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윤 의원 측 관계자는 15일 한국경제신문에 "가짜뉴스 근절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 지적을 고려해 소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해당 조항을 삭제하겠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윤 의원 측의 해명에도 문제는 남습니다. 개정안은 고의·과실 여부를 손해배상 청구인이 아닌 언론사, 포털, 1인 미디어 등이 입증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문 씨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 곽 의원과 해당 내용을 보도한 신문사는 "문 씨에게 피해를 준 사실이 없다"는 걸 증명해야 합니다. 그래야 손해배상 책임에서 면할 수 있습니다.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측이 피해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소송법의 기본 원칙에 반하는 것입니다.

문 씨는 "곽상도 의원이 무분별한 권한 남용을 상습적으로 반복해오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알린다"라고 했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피해 규모, 위반행위의 기간·횟수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문 씨 주장대로 곽 의원의 반복적인 가짜뉴스 유포가 인정된다면 손해배상액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개정안은 이와 함께 '손해를 입힌 이용자의 재산 상태'까지 손해액 산정에서 고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가짜뉴스 규제를 강화했을 때 재정 상태가 열악한 언론사가 더 피해를 본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역으로 대형 보수 언론사를 겨냥한 것이란 비판도 나옵니다. 문 씨의 특혜 의혹을 단독 보도한 언론사도 규모가 큰 대표적인 보수 언론입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류가 사회를 구성한 이후에 지금처럼 자유롭고 편안한 사회를 살아본 경험이 없다"며 "그것은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 덕분"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에서 흘러 다니는 정보의 95%가 쓰레기라고 해도 5%라도 진실이면 바닷물이 썩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가짜뉴스를 규제하려는 권력의 속내는 언론에 재갈 물리기다. 듣고 싶은 얘기만 듣고 싶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되면 권력에 대한 의혹 제기와 견제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와 가짜뉴스를 규제해 생기는 피해 중 어떤 피해가 우리 사회에 더 해악이 될까요?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