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 폭스바겐·포드, 양사에 합의 촉구

입력 2021-02-14 17:35
수정 2021-02-15 01:16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분쟁’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대규모 공장(사진)을 짓고 있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이곳에서 생산한 배터리가 미국 내 자동차 공장에 공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는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공식 요청했다. ITC의 10년 수입금지 조치 탓에 기대했던 배터리산업 내 2600여 개 일자리 창출과 26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이 들어설 조지아주 잭슨카운티는 2023년 공장 완공으로 향후 5년간 4290억달러(약 480조원)의 임금 창출 효과와 1만여 개 관련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조지아주는 이 같은 이유로 SK이노베이션 측에 공장 부지 20년간 무상임대 등의 혜택을 부여했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실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진 않다는 관측이 많다. 바이든 대통령이 평소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조한 데다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 대한 역대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사례도 없기 때문이다.

포드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도 두 회사에 자발적인 합의를 촉구했다. 포드와 폭스바겐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모두 자사 전기차 모델에 쓰고 있거나, 곧 채택할 예정이어서 사업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ITC 결정이 나온 직후인 11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양사 간 합의는 궁극적으로 미국 제조사와 노동자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포드는 SK이노베이션 미국 공장을 통해 자사의 인기 모델 ‘F-150’ 픽업트럭의 전기차 모델 배터리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ITC 판결로 4년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2025년 이후에는 F-150 배터리 공급이 막힌다.

폭스바겐 또한 “이번 한국 기업 간 배터리 분쟁 탓에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봤다”며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를 최소 4년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구했다. ITC가 미국 기업 포드에는 4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자사를 상대로는 그 절반인 2년의 유예기간을 줘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합의 종용’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 실질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합의 요청에도 양사가 분쟁을 이어가면 포드와 폭스바겐이 향후 배터리 공급사를 아예 바꿀 가능성이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