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독과점규제 잣대 바꿔야 할 때"

입력 2021-02-14 17:32
수정 2021-02-15 01:22
인수합병(M&A)으로 독과점 기업이 탄생하더라도 제품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규모의 경제’를 통해 거둔 비용절감 효과를 바탕으로 시장공략에 적극 나서면서 소비자 편익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해 M&A에 따른 경쟁제한성(독과점)을 심사하는 각국 경쟁당국은 업종별 국가 대표 기업들의 탄생에 대해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싱가포르, 중국, 카자흐스탄 경쟁당국이 차례로 현대중공업그룹(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조건 없이 승인한 것이 좋은 사례로 꼽힌다. 이들 경쟁당국은 두 회사의 합병으로 한국에서의 독과점은 강화되지만, 글로벌 상선 시장 전체의 관점에선 ‘독과점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항공업계에서도 대한항공이 국내 유일의 국적 항공사가 돼도 항공료를 인상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항공권 가격은 해외 항공사들과의 공동운항 등으로 결정된다는 설명이다.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국내 항공운항 시장에서 외항사는 현재 33%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대한항공만 높은 운임을 책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설사 대한항공이 항공권 가격을 올리더라도 외국 항공사가 언제든지 노선을 개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해 삼성전자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돼도 국내 스마트폰 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국가별 판매가격이 공개되기 때문에 한국에서만 고가 전략을 펼치기는 어렵다는 이유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많은 시장에서 국경이 사라지고 있다”며 “건전한 경쟁관계를 유지하면서 M&A가 이뤄지면 가격이 급격히 뛸 우려는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