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역수칙 따르다 줄폐업…점포 하루 1500개씩 사라졌다

입력 2021-02-14 18:07
수정 2021-02-15 00:22
경기 부천에서 3년째 660㎡ 규모 PC방을 운영해온 A 사장은 지난해 12월 사업장 문을 닫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더는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그는 “대당 100만원에 들여놓은 PC 본체 200대를 중고업자에게 각 30만원에 던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역정책을 잘 따랐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돌아온 것은 폐업”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3개월 만에 자영업 점포 5.6% 줄어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장기화하면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의 줄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14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국 17개 시·도 상가업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전국 상가 점포는 241만6252개로 집계됐다. 3분기(255만9655개)보다 14만3403개(5.6%) 줄었다. 3개월 새 하루 평균 1559개의 상가 점포가 문을 닫은 셈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점포 23만3758개가 사라졌다.

지역별로는 대전과 광주가 3분기 대비 14.4%, 10%씩 점포가 줄었다. 이어 대구(-9.3%), 부산(-7.8%), 경기(-7.2%), 서울(-5.7%) 등 세종과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광역시·도 모두 4분기 들어 점포가 감소했다.

노래방, PC방 등 관광·여가·오락 업종의 4분기 소상공인 점포는 5만3961개로 나타났다. 전 분기 대비 15% 줄며 조사 대상 8개 업종에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학원, 독서실 등 학문·교육 업종은 3분기 19만4827개에서 4분기 17만5809개로 9.8% 줄었다. 소매 업종은 3분기 84만8474개에서 4분기 77만45개로 9.2% 감소했다. 미용실, 예식장 등 생활서비스 업종(-9%)을 비롯해 부동산(-5.8%), 숙박(-4.6%)도 4분기에 점포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상가 공실률은 3분기 연속 신기록을 썼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3층 이상 또는 전체면적 330㎡ 초과) 공실률은 12.7%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영업자들 “정부 못 믿겠다” 실태조사12개 자영업 단체가 모인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1일부터 집합금지·제한 명령을 받은 전국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코로나 1년 자영업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업종, 사업장 주소를 비롯해 매출 손실 정도와 보상 방안 등을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조사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향후 정부와 손실 보상 관련 논의 테이블에서 조사 결과를 근거 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보상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김형순 대한외식업중앙회 중구지회장은 “매출 기준 초과 등으로 2·3차 재난지원금 모두 받지 못한 자영업자가 수두룩하다”며 “형평성이 떨어지는 재난지원금보다는 무이자 대출, 대출 상환 연장 등 실효성 높은 제도 보완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서울 암사동의 한 PC방 사장은 “실제로 영업 제한을 당한 업체들에 임대료, 전기세 등 고정비 손실 부문만이라도 보전해주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혁신전략연구단장은 “정부의 행정명령을 따르면서 손실을 본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며 “재정 부담을 크게 늘리는 현금 지원 방식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 정부와 정치권에서 운용의 묘를 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