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증권가에서는 올해 주식시장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며 “2021년에는 코로나19 회복 국면으로 전반적으로 기업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본 곳이 많았다. 이런 관점에서 올해는 그동안 상승장에서 배제됐던 낙폭이 큰 종목, 가치주 등의 반등을 예상한 전문가도 다수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올해도 연초부터 소수 대기업의 강세가 두드러지더니 1분기에도 일부 주도주만 오르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증권가의 예상과 달리 올해도 기업들의 실적이 고르게 좋아지기보다 종목별 이익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에서 ‘오르는 종목만 더 오르는’ 일명 주도주 장세가 올 상반기 내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올해 실적 상향 종목 수 감소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200 기업의 연간 영업이익은 총 174조8502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작년 말 전망치인 170조4077억원보다 한 달여 만에 2.6%가량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전망과 비교하면 4% 증가한 셈이다.
코스피 이익 추정치는 이렇게 올라가고 있는 반면 올해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추정치(컨센서스) 상향 종목 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월 첫째주 기준 코스피200 내 기업 중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된 곳은 100개 수준이다. 작년 11~12월엔 130여 개 종목의 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됐는데, 올 들어 그 수는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보통 연초에는 증권사들이 활발히 이익 상향 관련 리포트를 쏟아내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평가다.
코스피200 총 이익 추정치는 늘어나는데 이를 이끌 기업 수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적 개선 종목이 확장되며 고르게 올라가기보단 소수 종목군의 가파른 개선세가 예상되고 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분기 실적 시즌에도 현재 추정대로 이익이 나온다면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올 상반기 내내 작년과 비슷한 주도주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과 이달에도 주도주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하나금투에 따르면 올 들어 스타일별 가장 수익률이 높은 주식은 ‘20일 주가 이격도 상위 종목’ ‘60일 이격도 상위 종목’이었다. 이격도는 주가와 이동평균선 간 괴리 정도를 뜻한다. 결국 최근 주가가 많이 올라 이격도가 커진 종목이 더 올랐다는 의미다. 이 두 스타일 주식의 올해 수익률은 각각 12~14%에 달한다. 또 ‘3개월 이익 모멘텀’이 있거나 ‘1개월 목표주가 상향 종목’ 등도 올 들어 수익률이 6~9%로 높은 편에 속했다. 이 연구원은 “개인 순매수세가 올해도 지속되면서 이런 추세가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개인들이 주로 사는 종목이 주도주, 실적주이기 때문이다. 실적주 희소성 부각전반적인 이익 상승에 따른 주가 상승 동력은 약화된 반면 실적주에 대한 희소성은 더 부각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적 개선 종목을 찾고자 해도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특정 종목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에서 현재 실적 상승 동력이 가장 높다고 보는 업종은 정보기술(IT)과 자동차다. 작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코스피 전체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이익 비중이 37~46%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증권, 철강, 해운 등은 실적 개선 상위주의 이익 증가에 따른 낙수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 순환매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런 ‘부익부 빈익빈’ 장세에서 이익 증가가 돋보이는 기업에 집중 투자할 것을 권한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화학, 소프트웨어, 디스플레이 등이 꾸준히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목별로는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 등을 토대로 LG디스플레이, 효성티앤씨, 인탑스, GS, 한라홀딩스, 풍산, 테스, LS, 휴온스, 코오롱인더, 실리콘웍스, CJ, S&T모티브, CJ ENM 등이 꼽혔다. 이들은 올해 최소 12%, 최대 100% 수준의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되는 종목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