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예의주시하던 골프계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특고 14개 직종 중 당장 오는 7월부터 시행하는 법에 따라 고용보험을 우선 적용받는 11개 직종에 캐디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골프장과 캐디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고 중 캐디만 적용 시기 미정노사정 및 학계 전문가가 참여한 ‘고용보험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는 최근 특고 고용보험 적용과 관련한 노사 및 전문가 의견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우선 적용 직종에서 캐디가 제외된 세부 방안을 15일 고용보험위원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위에서 의결한 내용으로 시행령을 제정한다. 우선 적용 11개 직종에 포함되지 않는 택배, 퀵기사는 내년 1월 1일부터 의무가입이 적용된다. 캐디는 여기서도 빠졌기 때문에 의무가입이 적어도 1년 이상 유예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골프장과 캐디의 견해차가 심하고 이번 개정안이 가진 ‘고용 안정화’ 취지와 달리 캐디의 직업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캐디로선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실직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당장 실질적인 임금이 줄게 된다.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보험료 산출을 위해 소득을 공개하고 이에 따른 소득세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캐디가 개인사업자 형태로 소득을 신고하면 4대 보험료 납부 등으로 실질소득이 20%가량 줄어든다. 고용보험 가입을 위해 아웃소싱 업체에 고용되면 보험료는 고용주와 나눠 내더라도 중개수수료를 업체에 내야 해 부담이 커진다.
게다가 고용보험 의무가입으로 소득이 노출되면 캐디피를 현금으로 받는 캐디들이 대거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골프장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캐디 구인난 악화 우려골프장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점도 고용보험 의무화가 만성적인 캐디 구인난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2020레저백서’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에서 일하고 있는 캐디는 2019년 기준 3만808명. 하지만 전국 500여 개 골프장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려면 최소 5만 명의 캐디가 필요한 것으로 골프장 업계는 보고 있다. 충남 지역 골프장 관계자는 “캐디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캐디 라운드’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안전 문제 등으로 여전히 캐디가 필요해 현재로선 인력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캐디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에 대비하기 위해 세미나를 여는 등 해결책을 강구했으나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경기 남부권 골프장 임원은 “결국 TF도 노사가 만족하는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으니 캐디를 우선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 아니겠느냐”며 한숨 쉬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에 따라 캐디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캐디들과 골프장이 고용보험 의무가입의 후폭풍을 이겨낼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김은상 캐디세상 대표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비할 시간이 생긴 것은 다행”이라면서 “남은 시간 동안 대화를 통해 캐디와 골프장 모두 수긍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