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시간 한 시간 늘린 거론 택도 없습니다. 비슷한 처지의 사장들과 국회에 올라가 삭발 시위를 벌일 예정입니다.” (경기 수원 노래방 운영 A사장)
지난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발표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조치 조정방안'에 대해 소상공인 및 자영업계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하향 조정으로 일부 업종의 24시간 영업이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수도권 내 주점, 호프, 카페, 노래연습장 등은 영업시간 제한(오후 10시 종료)을 받기 때문이다.
김종민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집합금지·제한으로 피해가 가장 막심한 업종은 노래방, 호프집, 당구장 등 야간 업종”이라며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한 시간 영업을 더 하느니 차라리 가게 문을 닫는 게 낫다는 사업주가 대부분이다”고 지적했다.
중대본은 오는 15일부터 28일까지 2주간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완화하기로 했다. 비수도권은 1.5단계로 내린다. 오늘부터 수도권 내 학원, 독서실 48만 곳과 비수도권 식당, 카페 등 52만 곳 등 100만 개 사업장의 운영이 재개될 전망이다. 또 수도권 내 식당, 카페, 실내체육시설, 노래연습장 등의 매장 내 영업시간 제한을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까지로 1시간 연장한다. 그동안 영업이 금지됐던 전국 유흥업소 영업도 오후 10시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여론과 자영업자들의 저항에 떠밀린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재철 소상공인연합회 수원지회장은 “노래방, 주점 등 야간업종의 피크 타임 시작이 9~10시부터”라며 “과학적인 근거 없이 획일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적용으로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시동 수도권 노래연습장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자영업자의 반발과 여론에 밀려 임시방책을 계속 발표할 게 아니라 업종별 특성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방역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방역대책은 코로나19 발생 1년이 지나도록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고 성토했다.
집합금지·제한 명령이 장기화하면서 정부 행정명령에 저항하는 소상공인들의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자영업자비대위는 지난 7일부터 서울 화곡동의 한 PC방을 시작으로 노래연습장, 호프집 등에서 사흘간 방역기준 불복 개점 시위를 벌였다. 영업 제한 시간인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사업장 문을 열어 놓고 피켓 시위 및 기자회견을 벌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집합금지 해제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집회를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6일에는 중대본과 자영업자 단체가 만나 방역조치 관련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국자영업자비대위 등 자영업자 단체는 이날 정부에 업종별 방역기준 차등 적용 및 손실보상 방안 등을 건의할 방침이다. 김종민 대변인은 “(업계의) 요청이 계속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방역지침을 어기고 불법 영업에 나서겠다는 사업주들도 일부 있다”고 우려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