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0년에 걸쳐 나눠 갚는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을 올해 안에 출시하기로 했다. 현행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금융공사에서는 최장 30년, 은행에서는 최장 35년 동안 빌릴 수 있다. 새로 나올 상품은 만기가 길어진 만큼 매달 갚는 원금과 이자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젊은 층의 내 집 마련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만기 40년의 초장기 정책 모기지(mortgage·주택담보대출)를 시범 도입한다고 14일 발표했다.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늦어도 하반기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40년짜리 주택담보대출은 기존의 대표적 정책 모기지인 ‘보금자리론’보다 월 상환액이 최소 15% 이상 줄어든다. 예컨대 보금자리론으로 3억원을 연 2.5% 금리로 빌려 원리금균등 분할상환 방식으로 갚는다면, 만기가 30년일 때 월 상환액은 118만5363원이다. 만기가 40년일 때는 다달이 98만9335원을 갚으면 된다. 다만 만기가 길어지는 만큼 총이자액은 늘어난다. 30년 만기일 때 발생하는 이자는 1억2673만원, 40년 만기는 1억7488만원이다. 결론적으로 월 상환액은 16.5% 감소하고, 총이자액은 37.9% 증가한다.
소비자에게는 주택담보대출의 선택지가 다양해진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어떤 상품이 유리한지는 개인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당장 소득이 많지 않다면 월 상환액을 줄이고 오랫동안 갚아나가는 것이 내 집 마련 부담을 더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벌이가 좋고 안정적이라면 만기를 짧게 잡아 총이자액을 줄이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특성상 장기로 대출해도 중간에 이사를 가거나 낮은 금리로 갈아타는 등 실제로는 만기 전에 상환하는 이용자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초장기 모기지를 청년층과 신혼부부에게 먼저 공급하고, 단계적으로 대상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신청 자격은 기존 정책모기지 기준과 비슷하게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보금자리론은 집값이 6억원 이하(KB 시세 또는 한국부동산원 시세)이면서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미혼이면 본인만, 기혼이면 부부 합산)여야 한다. 신혼부부는 연소득 8500만원까지, 다자녀 가구는 연소득 1억원 이하까지 자격 을 준다. 또 다른 정책 모기지인 적격대출은 집값 9억원 이하만 신청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본적인 정책 모기지 요건에 해당하면서 청년이나 신혼부부라면 40년 모기지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선진국에서 활성화된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을 국내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국과 일본에는 50년 동안 나눠 갚는 모기지도 있다.
관건은 자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조달하느냐다. 주택금융공사는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는데, MBS 만기는 주로 20년까지다. 30년물은 지난해 10월부터 조금씩 발행을 시도하는 단계다. 금융위 관계자는 “초장기 모기지를 가능한 한 조속히 도입해 많은 청년과 신혼부부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와 별도로 ‘청년 전·월세 대출’ 공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함께 내놨다. 현재 4조1000억원으로 정해진 공급 한도를 상반기 중 폐지하고, 1인당 대출 한도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년 전·월세 대출은 만 34세 이하 청년에게 연 2%대 초반 금리로 보증금은 7000만원까지, 월세는 50만원까지 빌려준다. 2019년 5월 선보인 이후 작년 말까지 7만2000명이 이용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