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하나의 신체 조건일 뿐이에요. 일상생활에 불편이 있기는 하죠. 하지만 장애가 꿈이나 삶 자체를 포기하는 요인이 돼선 안 돼요. 저는 그렇게 살아왔고, 항상 같은 생각입니다.”
김윤태 푸르메재단넥슨어린이재활병원 원장(60·사진)은 3급 지체장애인이다.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하지가 마비되는 장애가 생겼다. 치료를 받느라 자신의 다리로 걷기 시작한 것은 3~4세 때였다고 한다. 지금도 걸을 수는 있지만,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먼 거리를 걸으려면 지팡이가 필요하다.
뛰거나 격정적인 운동을 할 수는 없지만, 김 원장은 누구보다 활동적인 삶을 살아왔다. 1981년 장애인으로는 처음 가톨릭대 의대에 입학한 그는 자신처럼 장애를 앓는 사람들을 돕겠다며 재활의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모교의 재활의학과 교수가 됐고, 전문의 자격증을 딴 뒤부터 지역사회에서 중증 장애인을 돕기 위한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국립교통재활병원 원장을 지낸 그는 2019년 10월부터 푸르메재단넥슨어린이재활병원 원장을 맡고 있다. 이 병원은 푸르메재단이 넥슨 등 500여 개 기업과 시민 1만 명의 기부를 받아 2016년 설립한 국내 유일의 장애어린이 전문 재활병원이다.
김 원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애로 쉽지 않았을 텐데 활발한 사회적 활동을 이어온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장애인이라고 해서 활발히 활동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편견”이라고 일갈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더 심했어요.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 도와줘야 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죠. 그런데 모친께서 제게 항상 말씀하셨어요. ‘네가 장애가 있으면 있는 거지, 몸 불편한 것 가지고 위축되거나 하고자 하는 걸 포기하지 말라’고 말이죠. 그 가르침에 세뇌가 됐는지 남을 돕기 위해 의사가 됐습니다.”
남을 돕겠다는 의지는 기부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2월 김 원장은 장애어린이를 위해 힘써달라며 푸르메재단에 1억원 기부를 약정했다. 기부 약정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뤄지다 1년이 지난 이달 2일에야 열렸다. 김 원장은 “2019년 병원장에 취임하고 보니 임직원 절반 이상이 재단에 기부하고 있었다”며 “함께 장애어린이를 위해 힘쓰고 있는 직원들의 노력과 선행이 빛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장애인 의료정책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장애인의 의료 환경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성인에 비해 장애아동의 △의료기관 접근성 △수가체계 △전문의료인 양성 등에 미흡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또 “학령기 아동의 경우 병원에서 교육과 재활이 함께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