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한 달쯤 입양된 기독교음악(CCM) 가수 박요한 씨(46)는 열 세살 때 사촌 동생으로부터 ‘출생의 비밀’을 듣게 됐다. 충격이 컸다. 한동안 방황이 이어졌다. 사춘기에 부모님과 충돌이 생기자 자신도 모르게 불쑥 이 말이 튀어나왔다. “엄마 내가 데려온 자식이라 그래?”
박씨는 “지금은 부모님의 사랑을 너무나 알기 때문에 그때를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하지만 당시엔 부모님이 여태 나를 속인 점이 원망스러웠고 내가 고아였다는 사실을 갑작스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했다.
박씨의 입양 부모는 친자식처럼 키우고 싶다는 취지에서 비밀 입양을 선택했다. 혈연 중심인 한국 사회에서 ‘공개 입양’은 낯선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공개 입양은 입양 아동 당사자와 주변 가족, 친지 등에게 입양 사실을 알리고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입양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는 공개 입양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1990년대만 해도 20%를 채 넘지 못했던 공개 입양 비중은 2005년 40%를 넘었고 최근에는 절반이 훨씬 넘는다. 탤런트 차인표 신애라 씨 부부, 진태현 박시은 씨 부부 등이 공개 입양에 나선 것도 이런 흐름에 한몫했다는 평가가 많다.
입양기관 관계자는 “비밀 입양보다는 공개 입양의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며 “공개 입양은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밀 입양은 입양이 수치스러운 것이란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이가 6~7세 전후 어린 시절에 입양사실을 알게 되면 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박씨 역시 공개 입양을 권장했다. 그는 2014년부터 입양아와 가족들을 위해 콘서트를 열고 상담활동을 하고 있다. 공개 입양과 비밀 입양을 두고 고민하는 가족에겐 자신의 경험을 얘기해주면서 공개 입양을 추천한다. 박씨는 “여러 입양 가족을 만나면서 공개 입양의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이 체감하고 있다”며 “입양은 숨겨야 하는 일이란 부정적 인식을 없애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최다은/정지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