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피자집마저 코로나에 속수무책…사장님 '한숨'

입력 2021-02-13 08:30
수정 2021-02-13 19:19

"매출이 (영화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수상 전으로 돌아왔어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는데, 걱정이네요."

영화 '기생충' 촬영지로 주목을 받은 서울 노량진동 '스카이피자'의 엄항기 사장(66)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음식점의) 밤 9시 영업정지 제한이 얼른 풀렸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2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영화상(오스카상)을 수상하며 스카이피자는 영화 속 촬영지로 '명소' 대접을 받았다. 당시 "매출이 2~3배 뛰었다"며 웃던 엄 사장은 1년 만인 지난 9일 기자와 재회해 "(오스카상 후광효과로) 버티고는 있지만 코로나19 사태의 타격을 피할 수는 없었다"고 토로했다.올랐던 매출 코로나로 '원상복귀'…유명세 덕에 그나마 피해 덜해
엄 사장은 '오스카 특수'가 오래가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 후 서울시가 '기생충 촬영지'라는 팻말을 붙이며 단장했지만 코로나19 삭풍이 불었기 대문이다.

스카이피자는 피자 뿐 아니라 닭볶음탕, 골뱅이, 치킨 등 안주 메뉴도 판매하는 가게로, 심야 영업이 중단되며 타격을 입었다.

엄 사장은 "과거 퇴근한 직장인들이 저녁 8시쯤 와서 밤 12시~새벽 1시까지 술을 마시고 갔다"면서 "밤 9시로 영업시간이 제한된 후 매장에서 음식을 먹고 가는 손님은 거의 없어져 영업정지 제한은 풀렸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지역 명소 대접에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그나마 덜했지만 장기화 속에 어렵기는 매한가지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감소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배달과 외국인 관광객 등으로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소식이 알려지기 직전 수준이 유지됐다"며 "먹고 살 정도로 벌 뿐 저축은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게에 '기생충 촬영지' 포토존 만들어…희망 이어간다
엄 사장은 코로나 이후의 상황을 희망적으로 보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카이피자가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외국인과 여행객을 맞을 준비가 됐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오스카상 수상 후 서울시는 건물 외벽에 '기생충 촬영지'라는 팻말을 붙여 지원에 나섰다. 입구에는 '피자시대'라는 시트지가 붙은 벽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포토존도 마련됐다.

엄 사장은 "서울시가 디자인에 나의 의견을 반영해 만들어줬다"며 "포토존은 특히 젊은 층에 인기가 많다"고 소개했다. 그는 "다른 지역에서 온 여행객이나 외국에서 온 관광객은 피자만 먹고 가기에는 아쉬웠을 텐데 포토존이 생기니 방문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도 국내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들이 일주일에 두세 팀은 방문한다고 전했다. 엄 사장은 "봉준호 감독이 워낙 유명한 감독이라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더 대박이 나지 않았을까 아쉽다"며 "코로나19 이후 여행만 자유로워진다면 외국인도 더 많이 찾아올 것이란 느낌이 든다"고 희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한편, 스카이피자의 포토존 설치는 1년 전 서울시가 영화 속 촬영지를 관광지화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조치다. 당시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관광객이 촬영지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촬영지에 대한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포토존도 마련해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