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공무원에 '기타업무' 모두 맡겼는데…"괴롭힘 없었다" [종합]

입력 2021-02-10 10:19
수정 2021-02-10 10:40

서울시 소속 최연소 7급 공무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청원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전날(9일)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유족과 함께 배포한 입장문에서 "유족 측은 이번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서울시에 전해 왔다"며 "현재 경찰이 이번 사건에 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고인의 경력 등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요소, 근거 없는 억측 등이 보도되지 않도록 협조해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근무 중인 20대 여성 A씨는 지난 8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외부 침입 흔적이 없어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된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온라인상에선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가 직장 내 괴롭힘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A 씨는 2019년 서울시 7급 공무원에 합격해 이듬해인 2020년 서울시 소속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첫 부서에서 불과 일주일 정도 근무한 후 병가를 냈으며, 이후 근무지를 옮겼다.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에 대해 서울시 측은 "(일 주일간 근무할 때도) 정시 퇴근을 시켰다"면서 "팀원 간 (문제 되는) 일은 없었다. 너무 짧게 있어서 일이 있을 만한 시간이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시립미술관 관계자 역시 "미술관에 온 후 괴롭힘은 없었다. 내부 원인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미술관 측은 "직원들이 힘들면 경영지원본부나 총무과에 상담을 하는데 해당 직원은 부서나 업무를 바꿔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숨진 A씨는 한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만 20세에 7급 공무원시험에 합격했다고 소개됐던 인물이다.

당시 방송에 출연한 A씨는 공무원의 장단점을 묻는 질문에 "여자가 나뿐이다. 같이 일하는 분들이 모두 내 아버지뻘"이라면서 "내가 (직장에서) 잘리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상대방도 평생 잘리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때문에 온라인상에서는 20대 초반인 A씨가 자신보다 나이 많은 부하 직원들과 어울리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미술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업무 분장표를 보면 사회초년생인 A씨에게 과도한 업무가 몰려있다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일 시작한 지 1년 된 신입이 감사, 예산 결산, 급여, 증명서 발급을 혼자 다했다"며 "대놓고 따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업무 분장표에는 '기타 타직원에 속하지 않은 업무'가 A씨 업무로 분류돼 있다. 누리꾼들이 잡무 일체를 A씨에게 떠넘겼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다.

현재 A씨가 재직 중이던 서울시립미술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도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누리꾼들 항의글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들 항의가 빗발치면서 미술관 홈페이지와 전화가 한때 마비됐다가 복구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자신을 30대 여성 직장인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온라인상에 드러난 정보로는 정황을 헤아릴 수 없다"면서도 "안타까운 죽음을 불러온 해당 사무실 직원들의 정황 파악 및 진상규명에 대해 이 나라의 한 국민이자 조직에 몸담은 여직원으로서 청원을 청한다"고 했다.

이어 "사회적 지위와 위치를 이용해 아랫사람을 못살게 구는 '갑질'에 대한 혐오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며 "업무 분장을 한 해당 직원과 비교와 평가 및 뒷담화 험담으로 사람 피를 말린 직원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