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부터 분양받고 전·월세 주면 감옥行…흙수저 청약 없다"

입력 2021-02-13 08:53
수정 2021-02-13 19:13
오는 19일부터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는 서울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들은 입주시에 전·월세를 놓을 수 없고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한다. 이를 어기게 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예외조항은 있지만, 집을 매도하려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분양가로 넘겨야 한다.

정부는 ‘로또 청약’을 막기 위해 의무 거주를 강화한 것이지만, 시장에서는 새 아파트의 전·월세 물량이 사라지게 됐다. '전월세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자금부담이나 개인적인 사유로 전·월세를 놨다가 들어갈 수 없고 바로 입주를 해야 한다. 입주시에 잔금까지 자금계획이 짜여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흙수저들의 로또 청약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흙수저 로또 청약' 이제는 기회 없다이런 규제를 받는 지역은 수도권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는 곳이다. 서울은 전역이 포함되고 수도권에서는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들이 해당된다. 올해 공급되는 아파트들이 입주하는 2023년 이후에는 새 아파트에서 전·월세 물량이 사라지는 셈이다. 서울은 '입주장'이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무주택자들이 새 아파트에 살아볼 기회도 없어진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의무 거주 기간은 2~5년이다. 공공택지의 경우 분양가격이 인근 시세의 80% 미만인 주택은 5년, 80~100% 미만인 주택은 3년을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한다. 민간택지는 인근 시세 대비 80% 미만은 3년, 80~100% 미만은 2년이다.

정부의 규제의지는 강력하다. 거주의무기간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과태료는 물론, 소유권까지 잃게 된다. 합리적인 사유 없이 거주 의무 기간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분양받은 아파트 또한 LH에 분양가로 매도해야 한다. 분양권을 불법 전매하다가 적발되면 향후 10년간 청약 자격이 제한된다.

예외를 허용하는 요건은 △근무·생업·학업·질병 치료를 위해 해외 체류 또는 다른 주택 건설지역에 거주 △혼인 또는 이혼으로 배우자의 거주 △주택을 특별공급받은 군인으로 인사 발령에 따라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등이다.

이번에 시행되는 ‘전월세 금지법’은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5월 발표한 내용이다. 정부는 해당 법안으로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공급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다르다. 전월세 금지법, 불안한 전세시장에 '찬물'새 아파트에서 한꺼번에 쏟아지는 전월세 공급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에 전셋값 하락 및 안정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작년부터 시행된 임대차 2법과 함께 전월세 시장은 이미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계약갱신을 청구한 측과 새로 계약을 하는 계약 사이의 보증금 차이도 벌어지고 있다. 최대 2배까지 벌어지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은마아파트의 전용면적 76㎡는 지난달 15일 보증금 10억원(2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져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면적으로 지난 8일 보증금 4억3050만원(1층)에 계약이 된 것과 비교하면 2배가량이 차이나는 셈이다. 4억3050만원은 4억1000만원에서 5%(2050만원)를 인상한 값이다. 서울 시내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이처럼 전세가격의 '이중가격' 현상이 어렵지 않게 나오고 있다.

문제는 3년 뒤다. 계약갱신을 감안해도 3년 후에는 대부분의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월세 물량이 풍부하게 나오는 입주장도 사라지게 된다. 사실상 서울에서 10년 이내의 신축 아파트 세입자가 되려면, 고소득 무주택자나 금수저 외에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아파트를 분양 받은 후 전월세를 놨다가 이후 여력이 되면 입주하는 이른바 ‘전월세를 끼고 구매하는 방식’이 막히게 됐다. 금수저나 자금의 여유가 있는 무주택자들만 청약이 가능해지게 된다. 자녀의 학교나 통학 등의 문제를 감안하면 인프라가 갖춰진 대규모 재건축으로 청약이 더 몰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정부는 '로또 청약'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아파트 분양가는 더 높아질 공산이 커져 개정안의 의도가 퇴색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했음에도 택지비의 상승으로 분양가가 올라가는 사례가 서초동 '래미안 원베일리'에서 나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한술 더떠서 아파트 분양가격을 주변 시세의 최대 9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무주택 금수저들만 청약이 가능할 것이다"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분양가가 9억원 이상이면 중도금 대출이 안되는데다 특별공급분이 없이 일반분양으로만 공급된다. 강동구에서 분양을 준비중인 '둔촌주공' 재건축을 비롯해 강남권에서는 초소형을 제외하고는 분양가가 9억원 이하로 공급되는 어렵다. '전월세 금지법'까지 시행되면 서울에서 흙수저 무주택자가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가 이러한 시장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대책은 지난해 11월에 내놓은 '전세형 공공임대주택'이다. LH가 지난해 12월 공고한 전세형 공공임대주택 1만4843가구에 총 5만235명이 신청서를 제출해 평균 3.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세처럼 보증금 비중을 80%까지 높여 월세 부담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임대료는 시세의 70∼80% 이하 수준으로 낮은 게 특징이다.

공공임대주택도 꾸준히 공급할 방침이다.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라 2025년까지 장기 공공임대주택 240만 가구를 확보해 재고율을 10%까지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0년 공공임대주택 공급 실적’을 집계한 결과 15만 가구를 공급했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9000가구 많은 수치다. 유형별로는 건설형 임대주택 7만2000가구를 비롯해 매입형 임대주택(2만8000가구)과 전세형 임대주택(5만가구) 등이다. 지역별로는 전체 공급물량의 61%인 9만2000가구를 수도권에 공급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