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전환된 7급 공무원 SNS엔 "곁에 있어준 모두에게 감사"

입력 2021-02-09 17:50
수정 2021-02-0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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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성정이 게으르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않다는 초조함이 느껴지면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언제나 무언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만 했다. 매사에 열정적인 사람이 아니면서도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기어코 작년엔 곪았던 것이 터져버렸다. 그 시기 곁에 있어주었던 모두에게 감사하다. 행여 지금은 함께하지 못할지라도 나는 그 기억으로 평생을 버텨낼테니 그저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 위해 이 글을 적는다."

서울시 소속 20대 여성 7급 공무원 김 모(24)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그가 남긴 SNS 글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유재석이 진행하는 예능프로그램 '유퀴즈'에 '20세 최연소 7급 공무원 합격'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했던 김 씨는 지난 8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김 씨의 방송 출연 당시 발언을 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가 직장 내 괴롭힘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했다. 김 씨는 "여자가 나 혼자 뿐이다. 모두 아버지 뻘이다"라면서 "(공무원이라) 잘리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상대방도 평생 잘리지 않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씨는 "내 얘기가 아닌 지인의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라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김 씨의 생전 업무배분표가 확산되면서 '업무가 과다하게 많다', '잡일 등을 김 씨에게 몰아준 것 아니냐'는 확인되지 않은 추측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씨의 인스타그램 글에는 "여전히 꼬박꼬박 병원에 들르고 약을 먹어야 잠들 수 있다"면서 정신상태로 인해 약을 복용중이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많이 좋아졌다"고 했지만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김 씨의 인스타그램은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서울시 측은 김 씨와 사망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다"며 이를 공식 부인했다.

2019년에는 김 씨가 7급 공무원 합격 수기글을 게재하자 이 글에 "아마도 연극영화 전공 지망자가 단기간에 합격했다는 것은 부모님이 공무원 혹은 가산점이 반드시 수반되었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면서 "어린 친구의 성취를 깎아내리거나 비하할 의도는 없다. 다만 한국의 현실을 바로 보여주는 사례라 안타까운 마음과 동시에 외모 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천박한 대한민국의 오늘을 댓글에서 볼 수 있었다"고 악플이 달렸던 일도 재조명됐다.

전문을 볼 순 없지만 아마도 7급 공무원에 합격한 김 씨가 외모까지 빼어나다는 취지의 댓글에 대한 저격글로 추측된다.

이 글을 본 김 씨는 당시 "저를 깎아내리거나 비하할 의도가 없다고 하셨지만 제 개인과 가족에 대한 확신에 가까운 억측, 저희 학과까지 묶어 깎아내리시는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답글 남기게 되었습니다. 먼저 부모님 두 분은 공무원이 아닌 일반 회사원이십니다"라고 직접 해명했다.

아울러 "제게 시험에 대한 강요나 권유는 일절 없으셨으며, 공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 의지로 했던 것입니다. 또한 행여나 그 계기가 주변의 권유였다 해도, 그게 개인의 성취를 평가절하할 요서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산점은 서울시 7급 시험을 두 달 가량 남겨두고 획득한 0.5%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이 전부입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애정을 가지고 재학중인 대학과 제 전공에 대한 말씀 역시 어떻게든 제게 상처를 주시겠다는 의도로 가득찬 듯 하여 마음이 좋지 않네요"라고 덧붙이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김 씨는 지난해 '유퀴즈' 출연을 통해 "잠을 쫓기 위해 커피숍에서 원두를 갈아온 가루를 한수저씨 퍼먹었다. 이로 인해 위에 구멍이 날 뻔했다"고 말하며 고된 합격 과정을 전하기도 했다.

한 현직 공무원은 한경닷컴에 "내부 사정을 모르니 업무배분표만으로 김 씨의 업무량을 알 수는 없다"면서도 "주무관이 저런 일까지 하지는 않는데 이상하기는 하다"고 의문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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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