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이 기사는 02월 10일(09:12)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매체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회사를 창업할 때부터 마이크로니들을 이용한 의 약품 개발이 궁극적인 목표였습니다.”
정도현 라파스 대표는 의약품 진출에 자신을 보이 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임상 1상에 진입한 알츠 하이머 치료제 ‘도네페질’의 패치제가 그 신호탄이 다. 라파스는 2016년부터 보령제약과 연구개발 협 약을 맺고 도네페질 패치제를 준비해왔다. 피부에 붙이면 작은 바늘을 통해 약물이 피부 안 진피층에 전달된다.
알츠하이머 패치제 개발…용해성 마이크로니들 이용해 경쟁력 확보
도네페질은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가장 많이 처방 되는 경구약이다. 글로벌 매출액이 7조 원, 국내 매 출액만 해도 1800억 원이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환 자가 제때 챙겨먹기 어렵고, 구토나 어지럼증 등 부 작용이 심해 환자의 20%가량은 도중에 복용을 중 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치제는 경구약에 비해 약물의 지속성이 높아 적 은 양의 약물로도 체내 흡수량을 높일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아이큐어,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등이 도네페질 패치제에 뛰어들었다. 보령제약과 라파스는 국내에서 4번째 시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가 “시장 선점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는 라파스만의 독자적인 기술 때문이다.
라파스는 ‘용해성 마이크로니들’을 사용한다. 용해성 마이크로니들은 피부 안에서 녹는 생체 물질로 바늘을 제작한다. 라파스는 히알루론산을 이용하는데, 히알루론산은 피부에 많이 분포한 생체 물질로, 화장품 원료로도 많이 사용된다. 정 대표는 “우리 몸에 있는 물질을 사용하니 안전하고, 주사 감염 등의 문제도 없어 의약품을 개발하기에 용이하다”고 말했다.
또 약물의 전달률을 높여 적은 양의 약물만 탑재할 수 있는 마이크로니들의 단점을 보완했다. 마이크로니들 전체에 약물이 코팅돼 있거나 탑재된 경우, 바늘이 피부 안으로 들어가면 피부 표면에 잔여물이 남는다. 정확한 약물의 양을 측정하기 어렵고 전달률도 떨어진다.
라파스는 히알루론산 위에 약물을 쌓아 올리는 2층 제조 기술을 이용해 이 문제를 극복했다. 니들의 두꺼운 부분, 즉 피부 표면에 잔류량을 남기는 부분에는 약물을 탑재하지 않는다. 정 대표는 “적은 양을 투여하더라도 100% 약물 전달이 가능하도록 해 한계점을 극복하자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라파스는 도네페질 외에도 골다공증, 알레르기성 천식 면역치료제, 비만치료제 등을 패치제로 개발 중이다. 이 중 골다공증 패치제는 임상 1상을 승인받아 올해 환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백신 패치제로 시장 확장
라파스가 전문의약품에 이어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백신이다.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랑게르한스세포가 피부 진피층에 존재해서다. 실제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진의 실험 결과 기존 주사제형 백신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양만 사용해도 동일한 면역반응이 일어났다.
지난해 11월 라파스가 개발한 결핵 백신 패치제는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패치제에는 Mpg 결핵 균주를 탑재한 마이크로니들이 부착됐다. 주사제형 백신에 들어가는 절반만큼의 양을 마이크로니들로 실험동물에서 투여했다. 그 결과 결핵균의 대표 항원인 AG85b와 ESAT-6에 대한 중화항체가 형성된 것을 확인했다.
마이크로니들 형태로 고형화하면 상온 유통도 가능하다. 상온 유통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면 의료 자원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도 다양한 백신이 보급될 수 있다. 지난해 라파스는 글로벌 1위 백신 제조기업인 인도의 세럼과 B형 간염, 소아마비 백신 패치제의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기술이전도 협상 중에 있다.개발을 완료한 뒤에는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개발도상국에 패치제를 보급할 예정이다.
독자적인 니들 공정인 ‘DEN 기술’
이미 전문의약품과 백신 등의 제작에 필요한 대량생산 공정도 갖췄다. 라파스는 2018년 서울 마곡동에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GMP) 시설을 확보했다. 모든 공장의 물량을 합치면 연간 1800만 개의 니들을 생산할 수 있다. 이렇게 대량의 마이크로니들을 생산할 수 있는 이유는 라파스의 ‘덴(DEN)’ 기술 덕분이다.
덴 기술은 약물을 적층하는 방식의 제조 공정이다. 액체 상태의 히알루론산을 죽 늘린 뒤, 바람으로 건조해 가장 얇아진 중간 부분을 잘라낸다.
대다수의 기업은 마이크로 단위의 거푸집에 약물을 붓는 몰딩 방식으로 니들을 제작한다. 1997년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개발한 방식으로 2019년 특허가 만료됐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식이지만 제조 공정에 약 12시간이 걸리고, 중간에 바늘이 부러지는 경우가 많아 수율이 낮은 편이다. 자외선이나 열로 바늘을 건조하기 때문에 생물학적 제제를 탑재할 경우 변형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덴 기술은 5분 만에 제조가 가능하고, 바람을 이용하기 때문에 의약품 개발에 적합하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정 대표는 “몰딩 방식은 이제 막 특허가 풀려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지만, 덴 기술은 2033년까지 특허권이 보호된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