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개미’들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패턴이 달라졌다. 지난해 개인 ETF 매수 상위권은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점령했지만 올해에는 2차전지 ETF와 같은 테마형 주식 ETF가 인기다. 단기 트레이딩에만 쓰이던 ETF가 이제는 장기 투자 수단으로까지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의 ETF 투자는 올해 급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개인은 2조1871억원어치의 ETF를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299억원이었던 순매수액이 올해 9배 넘게 뛴 것이다.
박수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직접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가 늘었고, 원리금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운용하던 퇴직연금에서도 이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ETF 비중을 늘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개인연금의 ETF 투자 잔액은 1년 전에 비해 네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많이 사는 ETF도 바뀌었다. 개인들이 제일 선호한 테마는 2차전지였다. ‘TIGER KRX2차전지K-뉴딜’, ‘KODEX 2차전지산업’은 올해 개인 순매수 상위 2, 4위를 차지했다. ‘TIGER 2차전지테마’도 7위에 올랐다. SK이노베이션, 삼성SDI, LG화학 등 2차전지 기업을 담는 ETF다. 올해 개인은 대표 2차전지 ETF 3개를 6760억원어치 사들였다.
수익률도 좋다. ‘TIGER KRX2차전지K-뉴딜’은 올 들어 31.71% 수익률을 냈다. 비야디(티커: 2594 SH) 등 중국 전기차 관련 기업을 담는 ‘TIGER 차이나전기차 SOLACTIVE’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상위권을 차지했던 인버스, 레버리지 ETF는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작년 개인 순매수 상위 3위는 모두 인버스 ETF가 차지했다. 지난해 2위였던 ‘KODEX인버스’는 5위로, 3위였던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는 1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일명 ‘곱버스’로 불리는 ‘KODEX200 선물인버스2X’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를 유지했다.
개인들이 ETF를 장기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테마형 ETF에 매수가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2차전지, 전기차처럼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테마의 주식형 ETF에 장기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인버스와 레버리지 상품은 주로 단기에 이득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박 연구원은 “이제 개인들이 장기적인 호흡을 가지고 신성장 산업에 투자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