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전기충격기와 흉기 등을 사용해 헤어진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피해자가 상습적 데이트 폭력과 성폭행을 참지 못해 경찰에 신고하자 "감히 나를 신고했느냐"고 소리치며 행패를 부린 뒤 위장크림, 가발 등으로 변장한 뒤 접근해 살해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얼굴 변장한 뒤 전기충격기 들고 범행…재판부 "중형 불가피"의정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다주)는 8일 살인미수, 상해, 특가법상 보복폭행 등,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모씨(62)에 대해 징역 10년과 보호관찰 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단 위치추적 전자발찌 부착 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법원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씨와 피해자 A씨(49)는 2018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2년가량 교제했다. A씨는 이씨의 무리한 성관계 요구와 폭행이 이어지자 이별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노한 이씨는 이별 통보 이튿날 A씨가 운영하는 연천군 업소에 찾아가 현관문을 둔기로 부쉈다. 이날 이씨는 A씨가 자신을 '성폭행'으로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고 추가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밝혀졌다.
20일 뒤인 그해 8월5일 이씨는 흉기와 전기충격기를 준비한 뒤 얼굴에 검은색 위장크림을 바르고 가발과 모자, 마스크를 착용해 자신을 알아볼 수 없도록 변장하고서 A씨를 찾아갔다. 이날 이씨는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A씨를 주먹으로 때렸고 전기충격기를 댔으나 작동하지 않자 흉기를 꺼내 A씨의 몸을 6~7회 찔렀다.
흉기가 부러지는 순간 A씨가 도망가면서 다행히 목숨을 건졌으나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다.
이씨는 범행 직후 달아났다가 경찰에 자수했다.
법정에서 이씨는 "흉기로 찌른 행위는 인정하지만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 피해자 어깨에 손만 얹었을 뿐 목을 조른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결심 공판 최후 진술을 통해 "외로워서 만났던 A씨를 많이 사랑했다. 궁지로 몰아넣어 화가 났고 상해를 가한 것을 깊이 반성한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은 이씨에게 징역 20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감경 사유 등을 고려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는 목적이나 계획적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해 타인에게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과 위험을 인식·예견했다면 고의가 인정된다“며 ”피고인은 흉기로 피해자를 무차별적으로 찔렀고 피해자의 저항과 도망이 없었다면 보다 참혹한 결과가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돼 죄질이 극히 나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경찰에서 수사받는 중에도 범행을 저질러 비난 가능성도 매우 크다"며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 최근 15년 이내에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 청구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전자장치 부착까지 명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장래에 다시 살인(미수) 범죄를 범해 법적 평온을 깨뜨릴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으나 대부분 벌금형에 그쳤고 실형 전과는 1991년 선고받은 것이 전부다. 피고인에 대한 장기간의 실형 선고와 함께 형 집행 종료 후의 보호관찰 명령 등으로 어느 정도 재범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기각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