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란의 해외주식2.0'은 파괴적인 혁신기업의 핵심 사업모델을 분석해 인사이트를 발견합니다. 매주 월요일 한경닷컴에 연재되며, 유튜브채널 '주코노미TV'에서 영상으로 먼저 만날 수 있습니다.<hr >
테슬라(TSLA)가 촉발한 전기차 테마 열기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3대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오토(LI), 샤오펑(XPENG), 니오(NIO)로 옮겨 붙으면서 지난 11월 한 달에만 주가가 서너 배 급등했죠. 현재 주가는 고점에서 조정을 받은 상태이지만, 모건스탠리는 최근 올해에도 중국 전기차 3총사의 수익률을 40%로 예상한다며 테슬라를 대신할 차기 전기차 투자처로 꼽았습니다.
투자자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제2의 리오토, 샤오펑, 니오가 될 주식 찾기에 혈안이 돼 있는데요. 이런 열기가 전기차 업체들과 합병을 발표하거나 예정 중인 SPAC(기업인수목적회사)주 투자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SPAC은 기업인수목적회사라는 이름 그대로, 주식 공모(IPO)를 통해 투자자로부터 조달한 자금으로인수합병(M&A)를 진행하는 회사를 말합니다. 서류상의 회사, 페이퍼 컴퍼니라고 불립니다.
SPAC 주주들은 일정한 합병 비율대로 합병법인의 주주가 됩니다. 피인수 기업 입장에선 대규모 투자금을 적기에 조달하면서 빠르게 상장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SPAC 설립자들은 합병기업의 주식을 높은 가격으로 매각해 투자이익을 회수할 수 있고요.
나스닥 상장규정에 따르면 3년 내에 합병 대상 회사를 찾지 못할 경우 SPAC은 상장폐지되고 투자원금과 이자는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게 됩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2년 기한이고요.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전기차 테마에 빨리 올라타기 위해 전통적인 기업공개(IPO) 방식보다 시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는 SPAC 상장이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과연 제2의 리오토, 샤오펑, 니오 주식은 어디일까요? 조만간 SPAC 상장을 앞둔 전기차 업체들의 투자포인트는 무엇인지, 최근 SPAC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흐름은 어떤지, 또 SPAC기업 투자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하는 지를, 차례차례 살펴보겠습니다
중국계 전기차 패러데이퓨처
중국계 전기차 기업 패러데이퓨처(Faraday Future)는 1월28일 미국 나스닥거래소에 우회상장하기 위해 SPAC ‘프로퍼티솔루션’(PSAC)과 합병을 확실시하는 협약(DA?Definitive Agreement)을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2분기에 상장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으로, 티커는 FF라고 합니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지난해 말 패러데이퓨처와 전기차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OEM)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는데요. 패러데이퓨처에 지분 투자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패러데이퓨처는 한때 중국의 일론 머스크로 불렸던 자웨팅 러에코 창업자가 미국에 세운 전기차스타트업입니다. 2017년 전기차 첫 모델인 FF91을 발표했지만 자금난에 허덕이며 양산에 돌입하지 못했는데요. 지난해 7월 자웨팅이 미국서 개인파산을 신청하고 패러데이퓨처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서 자금난은 일단락됐습니다.
최근 자금 수혈후 중국 현지에 파파자동차 법인을 세우면서 FF91 양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20만달러, 우리 돈으로 2억이 넘는 고급 전기차로 중국 시장에서 승산이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패러데이퓨처의 SPAC 상장으로 자웨팅이 돌아올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이 팽배한데요. 주가도 덩달아 뛰었습니다. 합병소식에 프라퍼티솔루션 주가는 지난달 28일 장중 70%까지 치솟았다가 18.69% 상승으로 마무리했는데요. 최고 20달러를 돌파했던 주가는 8일 현재 주가는 17.26달러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프라퍼티솔루션 주주들은 합병 조건에 따라 합병회사 패러데이퓨처의 지분 6.8%만 갖게 됩니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주가 고평가 논란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미 전기버스 1위 프로테라
미국 전기버스 1위 프로테라(Proterra)는 지난달 12일 SPAC ‘아크라이트 클린 트랜지션(ACTC)과 합병 협약(DA)을 맺었는데요. 시장에서는 프로테라가 SPAC QELL과 합병할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아크라이트가 최종 낙점됐습니다.
올해 상반기 안에 상장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며, 티커는 PTRA입니다. 아크라이트 주주는 합병조건에 따라 합병회사 프로테라의 지분 11.6%를 갖게 됩니다.
2004년 미국 콜로라도에 설립된 프로테라는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는 다른 전기차 스타트업과 달리 이미 북미 전기트럭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1위 기업입니다. 지난해 지방정부가 거의 문을 닫다시피 한 상황에서도 9개월 동안 1억9300만달러 매출을 올렸습니다.
SPAC(CIIC)과 합병키로 한 어라이벌(Arrival)이 대형 물류회사 UPS로부터 전기트럭 수주를 받았지만 아직 인도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룹니다.
다임러는 프로테라의 주요 고객사이자 투자회사입니다. 프로테라는 전기버스 외에도 전기버스 전용 충전시스템과 에너지관리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450개 충전소를 설치했으며 최대 40개 버스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에 도전장 내민 루시드모터스
루시드 모터스(Lucid Motors)는 테슬라 수석개발자 출신인 피터 롤린스가 CEO를 맡고 있는 전기차 업체입니다.
피터 롤린스는 고급형 전기차 ‘루시드 에어’가 테슬라를 능가한다고 수차례 공언했는데요. 루시드에어는 한번 충전으로 832km(517마일)을 주행할 수 있고, 최고 시속은 322km입니다.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 됐으며 이를 위해 총 32개의 센서가 설치됐고요. 루시드 에어 가격은 기본형부터 고급형까지 8만~16만9000달러에 이릅니다. 올해 6월 정도 소비자들에게 인도될 예정입니다.
루시드 모터스는 2007년 설립된 배터리제조업체 아티에바(Atieva)가 모태입니다. 캘리포니아주에 본사가 있으면 애리조나주에 생산공장이 있습니다. 루시드모터스가 SPAC 처칠캐피털IV(CCIV)과 합병한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나오면서 CCIV 주가는 13일 하루 만에 18.75% 급등했는데요. 아직까지 처칠캐피털IV가 루시드 모터스와 합병하기로 했는지에 대해 공식 언급이 없습니다.
처칠캐피털IV는 시티은행 출신 마이클 클라인이 세운 회사입니다. 마이클 클라인은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가 13억달러를 루시드 모터스에 투자하도록 이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기차 충전소 줄줄이 상장
전기차 충전소 업체들도 줄줄이 SPAC을 통한 증시 입성을 앞두고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망 업체 차지포인트(ChargePoint)는 SPAC ‘스위치백 에너지 애퀴지션’(SBE)과 24억달러 규모의 합병을 통해 상장에 나섰는데요. 2월11일 주주총회에서 합병 찬반 투표가 예정돼 있습니다. 차지포인트는 전세계 11만5000개 이상의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250만개로 늘릴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2019년 매출 1억4700만달러를 올렸습니다.
엔지(ENGIY) 자회사인 EV박스는 지난해 12월10일 SPAC ‘TPG 페이스 베네피셜 파이낸스’(TPGY)와 합병하기로 합의했는데요. 올해 1분기말 뉴욕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입니다. 네덜란스 암스테르담에 기반을 둔 EV박스는 70개국에 19만개 충전소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기차 고속 충전업체 EV고는 SPAC ‘기후변화리얼임팩트 1(CLII)’와 합병을 2분기에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티커는 EVGO입니다. EV고는 2026년까지 잉여현금흐름이 플러스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제조업체들도 SPAC 상장에 나섰는데요. 2차전지 기술개발 업체 마이크로배스트(Microvast)는 지난달 31일 SPAC 투스칸홀딩스(THCB)와 기업가치 24억달러 규모로 합병하는 협약(DA)을 맺었습니다.
마이크로배스트는 2006년 미국 텍사스주에 본사가 있으며 중국에 생산공장이 있는 중국계 배터리 회사입니다. 배터리 셀만 만드는 게 아니라 패킹까지 해서 공급하고 있으며 긴배터리 수명이 강점입니다. 지난해 독일 브란덴부르크에 생산 공장을 건설했으며 올해부터 유럽 시장에 배터리 모듈과 팩을 생산할 예정입니다.
또 연로전지 제조 스타트업 애드번트 테크놀로지(Advent Technology)는 SPAC ‘AMCI 애퀴지션(AMCI)’과 합병 작업을 1분기내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SPAC 상장 이후 주가 흐름
최근 SPAC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회사들은 큰 폭의 주가 변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배터리 스타트업 퀀텀스케이프(QS)는 폭스바겐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2024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셀을 생산할 계획인데요. 한때 132달러를 돌파했던 퀀텀스케이프는 8일 현재 44.90달러 수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많이 투자한 하이브리드 전기 상용트럭 업체 하일리온(HYLN)은 상장 전 5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가 상장 이후 주가가 반토막이 났는데요. 8일 현재 주가는 15.67달러 수준입니다.
미국 전기트럭 업체 로즈타운모터스(RIDE)는 SPAC 합병 계획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29.01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상장 당일(10월26일)엔 13.05달러까지 급락했다가 8일 현재 26.77달러까지 올라왔습니다.
500달러대 저렴한 차량용 라이다(Lidar)로 혁신을 일으킨 루미나테크놀로지(LAZR)는 지난해 12월4일 상장 이후 오히려 주가가 47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33.35달러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중국 지리홀딩스가 소유한 볼보자동차가 2018년 루미나 지분을 인수하면서 루미나 기술은 2022년부터 볼보의 자율주행차 플랫폼 하이웨이 파일럿에 통합될 예정입니다.
라이다업계 1위인 벨로다인(VLDR)은 지난해 9월 30달러를 돌파했다가 상장 이후 12달러대까지 하락했지만, 8일 현재 23달러 수준으로 회복했습니다. 현대모비스는 벨로다인에 600억원을 투자했는데요. 올해 레벨3 자율주행용 라이다 시스템을 양산할 방침입니다.
구독서비스용 7인승 전기차를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 카누(GOEV)는 12월22일 나스닥에 상장했는데요. 한때 24.9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상장 이후 12.50달러까지 하락했다가 8일 현재 17.63달러로 올라왔습니다. 카누는 BMW와 중국계 전기차 기업 패러데이퓨처 출신 직원들이 2017년 창업한 회사입니다.
미국 자동차 부품제조사 보그워너와 협력해 상용 트럭 배터리를 공급하는 로미오파워(RMO)는 상장 이후 주가가 최고점 대비 반톡막 수준인 18달러선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SPAC 단계별 투자전략
SPAC에는 생애주기가 있는데요. 크게 4가지로 나뉩니다. 상장(IPO) → 합병 대상기업에 인수의향서(LOI·Letter of Intention)를 제출하는 단계 → 대상기업과 합병을 확실시 하는 협약서(DA)를 체결하는 단계 → 주주총회에서 찬반 표결하는 단계 → 합병완료 순서로 진행됩니다.
보통 인수의향서(LOI)와 합병협약(DA) 발표 직후 주가 상승폭이 크기 때문에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이때 매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병 직전에는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데요. 합병 일이 가까울 수록 공모가가 아니라 대상기업의 기업가치에 따라 주가 향방이 갈립니다. 유망한 기업일수록 주가가 오르고 유망한 기업이 아닐수록 주가는 하락하게 됩니다.
합병이 성공할 경우 SPAC을 주도한 회사에서는 공모가로 환불을 해줄 의무가 없어지는데요. 유망한 기업이 아니라면 매도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공모가 10달러에 SPAC주를 샀더라도 5달러로 폭락할 수 있습니다. SPAC 투자가 무조건 바닥이 있는 안전한 투자라고 맹신해서는 안됩니다.
다음편 예고
지난해 SPAC 상장으로 주가가 급등했다가 사기 의혹에 휩싸이면서 주가가 폭락한 수소 트럭업체 니콜라(NKLA)를 기억하실 텐데요. 미국 시장에서는 SPAC 심사가 별도로 없기 때문에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우회상장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SPAC 자체도 페이퍼컴퍼니 상태로 상장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투자 대가, 회사 창업가 같은 거물들이 설립한 SPAC에 투자하는 것이 보다 유리한 투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 시간에는 유명한 사람들이 설립한 유망한 SPAC들이 어떤 게 있는지 살펴보고, SPAC주의 보통주와 워런트 투자시 주의할 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