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뭉칫돈 89조원 몰린 곳"…쉽게 투자하는 '꿀팁' [나수지의 쇼미더재테크]

입력 2021-02-11 07:00
수정 2021-02-11 21:20


요즘 미국 스팩에 엄청난 자금이 몰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증시에서 스팩에 800억달러, 한국돈으로는 89조7000억원가량이 모여서 사상 최대 금액이 쏠렸는데요. 이정도도 엄청나게 많은 금액이 몰렸다고 생각했는데, 미국 스팩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아직 2월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지난해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350억달러가 스팩에 모였습니다. 엄청난 속도죠.

스팩(SPAC)은 Specified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의 앞 글자를 딴건데요. 우리말로는 기업인수목적회사라고 합니다. 즉 회사긴 회사인데 일반 회사처럼 사업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기업을 인수해서 합병하는 것만 목적으로 하는 회사라는 뜻입니다. 오늘은 미국 스팩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어떤 스팩에 투자하고있는지, 또 투자 스타일에 따라 어떤 스팩 ETF에 투자하면 좋을지를 알아보겠습니다.

미국 상장 스팩 ETF 종류미국에 상장한 스팩 ETF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티커명으로 살펴보면 SPAK, SPCX, SPXZ인데요. 이 세가지 상품을 여러가지 기준으로 비교해가면서 설명드리려고합니다.

먼저 ETF가 만들어진 시기부터 살펴볼게요. SPAK이 지난해 9월 30일 상장한 미국 증시 최초의 스팩 ETF입니다. 그 뒤로 SPCX가 12월 16일 상장해서 두번째, SPXZ는 가장 최근인 올해 1월 26일에 상장했습니다. 운용한지 오래된 ETF일수록 내가 생각하는 투자 컨셉에 맞게 종목을 제대로 넣고 빼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스팩 ETF들의 경우 셋 다 상장한지 1년이 안 되었기 때문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을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ETF 규모입니다. SPCX 1억4490만달러, SPAK 8255만달러, SPXZ는 3170만달러순입니다. ETF 규모는 일단 인기있는 ETF가 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을테고요. 또 투자할 때 ETF 규모가 클수록 거래량도 많고, 그만큼 원하는 가격에 ETF를 사고팔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집니다.



세번째는 수익률입니다. 세 ETF는 아직 상장한 지 너무 얼마되지 않았기때문에 유의미한 지표는 아닙니다. 그래도 살펴보면 SPCX가 최근 한 달 동안 23%수익을 내서 가장 앞서가는 모습을 보실 수 있고, SPAK는 19%, SPXZ는 1월 26일 상장해서 지난 9일까지 약 10거래일 동안 5%가량 수익을 낸 걸 보실 수 있습니다. 수익률 비교를 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세 상품 모두 짧은 투자기간에도 불구하고 스팩시장의 열기를 반영하듯 높은 수익을 내고있다는 점은 짚고갈 수 있겠네요.

네번재는 가장 중요한 ETF의 운용 방식입니다. 제일 처음 상장한 SPAK는 스팩을 담는 정해진 규칙, 즉 지수를 만들어서 이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입니다. 하지만 뒤에 상장한 SPCX와 SPXZ는 펀드매니저가 액티브하게 운용합니다.
SPAK ETF의 특징 먼저 SPAK부터 살펴볼게요. SPAK는 스팩 합병을 통해 이미 상장한 기업에 60%를 투자합니다. 그리고 아직 합병할 기업이 정해지지 않은 스팩의 보통주에 40%를 투자합니다. 기업과 스팩을 고르는 기준은 미국에 상장한 종목 가운데 시가총액이 최소 2억5000만달러를 넘겨야하고, 거래량도 일정 수준을 만족해야하는 등 다양한 기준이 있습니다. 여기에 해당된 기업들을 심사해서 분기마다 한 번 씩 종목을 넣고 빼는 리밸런싱을 합니다. 이렇게 골라 투자하는 종목 수가 137개로 다양하게 분산이 되어있습니다.



이미 상장한 기업에 60%를 투자하다보니 투자 상위종목도 대부분 스팩 자체보다는 기업들입니다.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종목은 온라인 카지노 기업인 드래프트킹스입니다. 지난해 스팩으로 상장한 기업가운데 높은 수익을 낸 종목이죠. 다음으로는 오픈도어 테크놀러지라는 미국 부동산 플랫폼 회사인데 한국의 다방이나 직방같은 기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퍼싱스퀘어, 버진갤럭틱같은 지난해 스팩으로 상장한 종목들도 함께 담겨있습니다.

합병 전인 스팩가운데 가장 많이 담고있는 건 CCIV입니다. 이 CCIV는 지금 미국 시장에서 가장 핫한 스팩이라고 봐도 무방할텐데요. 전기차 기업인 루시드모터스와 합병한다는 소문 때문입니다. CCIV는 시티은행 출신인 마이클 클라인이 세운 회사입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하기는 했지만, 정말 루시드모터스와 합병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스팩투자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 단점이 이 부분일텐데요. 어떤 기업과 합병할 지 모르니 합병 후 주가가 급등할 수도 있지만, 만약 안좋은 기업과 합병하거나 좋은 기업이라도 지나치게 비싸게 평가해서 합병을 하면 주가가 나쁠 수 밖에 없겠죠. SPCX ETF의 특징 SPCX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출시된 액티브 스팩 ETF라는 게 특징입니다. 애초에 투자할 스팩의 조건을 정해놓는 게 아니라 매니저가 임의로 좋아보이는 스팩을 담는다는 이야기입니다. SPCX를 운용하는 곳은 터틀 택티컬 매니지먼트라는 곳인데 이 회사는 자신들이 스팩 ETF를 패시브가 아니라 액티브 전략으로 출시한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스팩 시장은 지금 미국 증시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부문이고, 그만큼 시장 상황도 급박하게 변한다. 여기에 대응하려면 정해진 규칙대로 운용하는 인덱스가 아니라 액티브한 운용이 필요하다는겁니다. 처음 상장한 SPAK를 약간 디스한거죠.

그래서 이 SPCX ETF는 정말 액티브하게 운용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심지어 주식시장이 나쁠 것 같을 때는 자산의 20%까지는 현금화하거나 채권으로 들고가는 전략도 취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포트폴리오 변화도 클 것이고, 어떤 스팩을 얼마나 사고팔지 예측하기도 쉽지는 않을텐데요. 이런 액티브 ETF들일수록 과거 성과와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는 게 중요합니다.



SPCX가 들고있는 종목은 총 83개입니다. 비교하는 다른 두 상품과 달리 SPCX는 아직 기업과 합병하지 않은 스팩에 주로 투자합니다. 상위 10개종목을 한번 살펴보면 가장 많이 담고있는 게 CCIV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루시드모터스와 합병할지도 모르는 스팩이죠. 두번째로 많이 담고 있는 건 SVACU입니다. 아직 합병할 회사를 찾지 못한 스팩입니다. 세번째는 연료전지 트럭회사인 하이즌과 합병하기로 발표한 DCRB입니다. 네번째는 아직 기업을 찾지는 못했지만 핀테크 관련 기업과 합병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은 CRHC입니다.

이 상품은 우리가 보통 미국 스팩에 투자한다고 할 때 상상하는 포트폴리오와 가장 비슷한 ETF인 것 같아요. 요즘 국내에서도 미국 스팩을 많이 매수하시지만 현실적으로 미국 스팩에 대한 정보를 국내에서 얻기는 쉽지 않죠. 이 스팩을 누가 만든것인지, 어떤 기업과 합병하려고 하는지 기본적인 정보도 찾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또 스팩이 합병할 기업과 관련해 미국 매체를 통해서 많은 루머들이 흘러나오지만 현실적으로 미국 투자자들이 우리보다 훨씬 더 빨리 움직일 가능성이 높을겁니다. 우리는 현지 투자자에 비해 항상 뒤늦게 투자할 수 밖에 없다는거죠. 이렇게 정보가 부족해서 개별 종목 투자는 어렵고, 하지만 미국 스팩 시장이 전반적으로 활황이니 좋은 기업들이 스팩을 통해 상장할 것 같아서 꼭 투자를 하고싶다면 개별 스팩에 투자하는 것 보다는 이 SPCX에 투자하는 게 훨씬 더 좋은 성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혹은 꼭 ETF가 아니라 개별 스팩에 투자하고 싶은데 마땅한 후보군을 찾는 게 어렵다는 분들도 이 ETF에 담긴 스팩 후보군들을 하나하나 공부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SPXZ ETF의 특징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상장한 SPXZ도 역시 액티브 ETF입니다. 하지만 SPCX에 비해서는 조금 더 여러가지 투자 규칙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살펴보면 모든 면에서 SPAK와 SPCX의 중간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SPXZ는 스팩 상장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기업에 대략 66%를 투자합니다. 나머지 33%가량은 합병을 발표하기 전후, 아직 상장하지는 않은 상태의 스팩에 투자합니다. 또 리밸런싱 주기가 정해지지 않은 SPCX와 달리 한 달에 한 번 종목을 갈아끼우겠다고 정해뒀습니다. 운용 자유도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이 상품이 앞선 두 상품의 중간 정도라고 볼 수 있겠죠.

또다른 특징은 SPXZ는 이런 기업들을 다 비슷한 비중으로 투자한다는겁니다. 덩치가 큰 스팩, 좋아보이는 스팩이라고 더 담는 게 아니라 모든 종목을 똑같이 담습니다. 특정 기업이나 스팩이 ETF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거죠. 대신 완전히 고르게 분산해서 안정성을 높였습니다. 이 ETF는 상품을 모두 비슷하게 담고있기 때문에 사실상 포트폴리오를 보는 게 의미가 없습니다. 미국 증시에 스팩상장한 대형 기업들은 대부분 들어있고, 주요 스팩들도 대부분 고른 비중으로 담겨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스팩상장 기업과 스팩에 투자하고 싶은데 변동성을 줄이고 싶다는 분들께 적절한 ETF라고 생각합니다.
스팩 ETF 수수료 비교 이렇게 상품마다 운용의 자유도가 다르고 그만큼 운용에 드는 품도 달라지겠죠. 이게 수수료에 반영되어있습니다. 수수료가 가장 낮은 상품은 지수를 따라가고 분기에 한 번 종목을 바꾸는 SPAK입니다. 운용보수는 연 0.45%입니다. 다음으로 보수가 낮은 상품은 SPCX 0.95%, SPXZ는 연 1%입니다. 인덱스를 따라가는 상품은 수수료가 낮고, 액티브 상품은 수수료가 조금 더 높은 경향을 볼 수 있죠.



결국 어떤 스팩 ETF를 고를 것이냐는 내가 얼마나 리스크를 질 수 있을 것이냐, 또 어떤 단계의 스팩에 투자하고싶은지에 따라 다르겠지요. 예를들어 어떤 기업과 합병할지 모른다는 리스크는 있지만 그래도 좋은 기업과 합병했을 때 주가가 높이 뛸 가능성이 높은 합병 전 스팩에 투자하고 싶다면 SPCX에 투자하시는 게 맞겠죠. 반면 말 그대로 껍데기 회사인 스팩에만 투자하기는 리스크가 크다. 스팩에 좀 투자하면서도 이미 상장해서 검증이 가능한 기업들 비중을 높여서 좀 더 안정적으로 투자하고싶다면 SPAK나 SPXZ 투자를 고려해보실 수 있겠습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