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젠, 9년간 매출 부풀렸다

입력 2021-02-08 23:52
수정 2021-02-16 18:20

코로나 진단키트 대표 기업인 씨젠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매출 과대 계상으로 중징계를 받았다. 바이오 기업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 관행이 또다시 도마에 올라 증시에 파장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8일 증권선물위원회를 열어 코스닥시장 상장사 씨젠이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했다고 결론 내리고 감사인 지정 3년, 담당임원 해임 권고 및 직무정지 6개월, 내부통제 개선권고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씨젠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4조7247억원에 이르는 코스닥 5위 기업이다. 과징금 규모는 5억원 이상으로 예상되며 구체적인 금액은 금융위가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증선위에 따르면 씨젠은 2011~2019년 실제 주문량을 초과하는 물량의 제품을 대리점으로 반출하고 매출로 과대 또는 과소 계상했다. 또 1년 이내 조기상환청구 가능 조건이 부여된 전환사채를 유동부채로 분류해야 함에도 비유동부채로 분류하고, 자산 인식요건(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충족하지 못한 진단시약 등 연구개발 관련 지출금액을 개발비로 계상하기도 했다.

증선위 결정에 대해 씨젠은 “과거 관리 부문에서의 전문 인력 및 시스템 부족으로 발생한 미비점”이라고 인정하고 “2019년 3분기에 이번 처분 결정과 관련한 모든 회계 관련 사항을 반영해 재무제표를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철퇴' 맞은 진단키트 대장주금융당국이 8일 씨젠에 대해 매출 과대 계상으로 중징계를 내린 것은 다른 바이오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8년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국내 의약품 판매권을 모회사 셀트리온에 넘긴 것을 문제 삼아 감리에 착수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 의약품 생산과 개발을,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판매를 담당한다. 업계 안팎에선 금융당국이 셀트리온에 회계분식이 있었는지에 대해 3년째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씨젠이 2011~2019년 국내외 대리점에 넘긴 제품 전량을 판매액으로 인식해 매출 및 매출원가, 관련 자산 등을 과대 계상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기간 매출 과대 계상으로 회계상 자본을 최대 140억원가량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자산 인식요건(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충족하지 못한 진단시약 등 연구개발 관련 지출금액을 개발비로 계상한 점도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계는 관행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이 같은 유형의 회계처리에 대해 증선위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증선위는 코썬바이오(옛 현성바이탈)에 대해서도 2017~2019년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등 과소·과대 계상, 종속기업투자주식(영업권 등) 등 과소·과대 계상, 소액공모 공시서류 거짓 기재를 지적하고 증권발행제한 10개월, 과태료 3600만원, 감사인 지정 3년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이 밖에 증선위는 비상장법인 에이폴이 2017~2019년 매출채권 대손충당금 등을 과소·과대 계상한 데 대해 증권발행제한 8개월, 감사인 지정 2년의 조치를 의결했다. 코썬바이오와 에이폴에 대한 감사 절차를 소홀히 한 회계법인 새시대에는 각각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 적립 80%, 코썬바이오에 대한 감사업무 제한 4년의 조치와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 적립 50%, 에이폴에 대한 감사업무 제한 3년의 조치를 내렸다.

에스마크에 대해선 2016~2017년 매도가능증권 등 금융자산 허위 계상, 종속회사투자주식 등 과대 계상 등을 지적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감사를 소홀히 한 서린회계법인에는 과징금 1억4000만원을 의결했다.

이현일/이지현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