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라, 그리고 실행하라"…화성 식민지 꿈 쏘아올린 머스크

입력 2021-02-08 17:35
수정 2021-02-09 01:17
“많은 사람이 에베레스트에서 죽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산에 오른다. 내가 가려고 하는 화성도 그렇다. 위험이 매우 크지만 그래도 나는 화성에 갈 것이다.”

세상은 일론 머스크를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로 알고 있지만 테슬라 못지않게 우주 탐사도 그에겐 중요한 꿈이다. 머스크는 2002년 “화성에 인간을 보내겠다”는 야심 찬 선언과 함께 스페이스X를 세웠다. 세상은 괴짜 천재의 망상 정도로 치부했고 개발 지연과 폭발 사고가 잇따르면서 스페이스X의 파산설은 끊이지 않았다. 테슬라 투자자들이 머스크에게 “스페이스X에서 손 떼라”고 요구할 정도였다. 하지만 머스크는 꿈을 하나씩 실현하며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기업가치 6년 만에 여덟 배로 지난해 5월 30일은 세계 우주사에 한 획을 그은 날이었다. 스페이스X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비행사 두 명을 태운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발사했다. 이곳은 1969년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를 쏘아올린 역사적인 장소였다. 민간 기업이 유인 우주선을 발사한 것은 스페이스X가 처음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미 정부가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중단한 지 9년 만에 새 시대를 열었다”며 “머스크가 스페이스X 설립 18년 만에 이뤄낸 성과”라고 했다.

크루 드래건은 혁신의 집약체로 평가받는다. 기존 우주선과 달리 전적으로 자동 운항하고, 테슬라 전기차처럼 버튼 대신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한다. 민간 기업이 개발한 우주선이 얼마나 혁신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비행사들이 입은 우주복은 과거의 둥근 헬멧, 뚱뚱한 모양의 우주복과 달리 몸에 착 붙고 편리한 일체형으로 3차원(3D) 프린터를 활용해 제작했다.

스페이스X의 궤적은 지도에 없는 길이었다. 스페이스X의 ‘드래건’은 민간 기업이 만든 최초이자 지금까지도 유일한 우주 화물선이다. 스페이스X는 NASA에 의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화물을 수송하는 사업자로 선정됐고, 세계 최초로 로켓을 회수해 다시 발사하는 데도 성공했다. 시장은 2014년 120억달러였던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를 지난해 1000억달러(약 112조원)로 평가했다. 비상장사인 스페이스X는 자금력이 탄탄하기 때문에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조달이 필요 없다고 밝혔다. CEO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머스크는 스페이스X의 지분 54%를 보유하고 있다. 우주시대 여는 혁신 플랫폼도전은 시련을 불러왔고, 성공 뒤엔 무수한 실패가 있었다. 2008년 9월 첫 로켓 팰컨1을 발사하기까지 연료 누출, 제어장치 이상 등 세 번의 실패를 겪었다. 2013년 3월엔 드래건 우주선의 추진 엔진에 이상이 생겼다. 2015년 6월 팰컨9은 발사되자마자 공중분해됐다. 이듬해 9월 테스트 단계에서 팰컨9 로켓이 폭발하면서 실려 있던 2억달러 가치의 통신 인공위성이 파괴됐다. 머스크는 이를 “가장 어렵고 복잡한 실패였다”고 회고했다. 실패 원인을 파고들기 위해 텔레메트리(원격측정신호) 데이터 3000개를 분석했다.

우주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웠지만 머스크는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 2030년 안에 지구인이 거주하는 화성 식민지를 세우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우주 학술지 뉴스페이스에 기고한 글에서 “엄청난 위험과 큰 비용이 수반되겠지만 인류를 다(多)행성 종족으로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머스크는 ‘화성을 점령하라’고 쓰인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

그의 꿈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몇 년 뒤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완성되면 우주가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스페이스X가 만들고 있는 대형 우주선 스타십은 사람과 화물을 태우고 화성을 오갈 수 있으며 재사용도 가능하다. 여러 물건을 함께 싣는 방식으로 비용을 대폭 줄이고, 재사용을 위해 바다 위에 발사 기지를 세우려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타십이 우주시대를 여는 혁신적인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머스크는 미지수라는 뜻이 있는 알파벳 ‘X’를 유독 좋아한다. 스페이스X의 원래 회사명엔 탐험을 뜻하는 영어단어 ‘exploration’이 들어가고, 지난해 아들이 태어나자 X를 넣은 독특한 이름도 지어줬다. 머스크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시장의 기존 규칙을 파괴하고 세상을 바꾼다. 미지의 우주를 향한 이 혁신적인 기업가의 질주는 어디까지일까.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