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은 8일 “정부 예산(558조원) 중 재량지출(292조원)의 10%를 절감, 4차 재난지원금에 쓸 재원 29조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정부와 여당 측 기존 방침과 달리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보상은 소급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당의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 국민재난지원금을 반대하면서, 피해 계층에 대해 두텁게 지원하자는 의미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3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재난지원금은 누구나 나눠주는 선거자금이 아니라 재난을 당한 사람들의 생계자금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피해와 관계없이 나눠준 지난해 전 국민재난지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소급적용 및 4대 보험, 전기세 등 공과금에 대한 납부유예는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지원한 1~3차 재난지원금 등을 이유로 소급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여당 측 입장을 겨냥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4차 재난지원금 재원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하겠다는 여당 측 입장에 대해선 “(국채 발행으로) 빚낼 궁리부터 하지 말고 허리띠 졸라 맬 생각부터 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불필요한 정부의 예산 지출을 구조조정하면 재난지원금에 필요한 재원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판단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예산 중 재량지출 292조원 중 10%만 절감하면 국채발행 최소화하면서도 29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량지출은 인건비 등 경상지출이 아닌 정부가 정책적 의지에 따라 어느 정도 조정 가능한 예산을 의미한다. 이런 입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는 월급쟁이에 선심쓰기 위해 돈 줄 필요 없다”, “어려운 사람에게 보다 많이 보상해주는 게 낫다”는 기존 당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는 발언이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피해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들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소득이 크게 줄거나 실직하게 된 근로소득자 등 생존지원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