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기업공개(IPO)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계열사들의 증시 입성 준비에 들어갔다. 중간지주사 전환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계열사 릴레이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 상승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사내에 계열사 IPO 전담조직을 새로 꾸렸다. 재무부서와 별도로 운용되는 이 조직은 SK텔레콤 주요 계열사의 상장 전략 등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계열사들의 기업가치 산정과 공모 규모, 일정 등 IPO와 관련한 핵심 업무를 맡을 전망이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 ADT캡스, 원스토어, 웨이브, 티맵모빌리티, 11번가 등의 비상장 계열사들을 통해 본업(무선통신) 외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다. 장기적으로 비통신 사업을 키워 기업가치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계열사 상장은 SK텔레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필수 요소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역시 수년 전부터 티맵모빌리티를 비롯한 계열사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상장 의지를 드러내왔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KB증권과 NH투자증권, SK증권을 앱마켓 운영회사인 원스토어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며 계열사 IPO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10월엔 11번가가 세계 최대 e커머스업체인 아마존과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e커머스업계에선 11번가가 ‘해외 직구’를 기반으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몸값을 높인 뒤 상장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내비게이션업체인 티맵모빌리티 지분 투자자도 모으고 있다. 조만간 지분 약 3000억원어치를 본입찰에 부칠 계획이다.
SK텔레콤의 계열사 상장 계획은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하는 계열 구조를 바꾸는 문제와 맞물려 있다. 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상장사 기준 20%, 비상장사 기준 40% 이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새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적용되는 올해 말부터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에는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 비율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50%로 더 높아진다.
의무보유 비율이 높아지면 SK텔레콤은 현재 20.1%만 가지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지분 9.9%를 시장에서 매입해 기준치인 30%를 채워야 한다. 다른 계열사들도 상장했을 때 시장에 내놓을 지분율이 달라진다. 또 (주)SK의 손자회사에 해당하는 11번가와 SK플래닛이 거느린 회사는 무조건 ‘100%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지분 투자, 합작법인 설립 등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이런 어려움을 넘어서기 위해 SK텔레콤이 조만간 인적 분할을 통해 중간지주사 전환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시장에선 전망하고 있다. SK텔레콤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쪼갠 뒤 투자회사가 사업회사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계열사로 편입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