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은 단순히 일본군 몇 명 죽였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습니다. 독립운동은 대한민국의 역사 발전을 이끌어낸 위대한 여정이었죠.”
지난달 22일 독립기념관 신임 관장에 취임한 한시준 전 단국대 사학과 교수(66·사진)는 평생 독립운동 분야를 연구해온 역사학자다. 특히 1993년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 《한국광복군 연구》는 이전까지 증언에 의존해 파편적으로 전해졌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무장 독립운동 실체를 현장답사와 생존자 증언 교차 비교를 통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집대성한 중요한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불과 3년 전까지 4월 13일로 잘못 알려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 실제론 4월 11일이라는 사실을 처음 규명해낸 것도 한 관장이다.
지난 1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한 관장은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쉽사리 답하지 못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생전 고려시대 묘청의 난을 “조선 역사상 일천년래 제일대 사건”이라고 평가한 바 있지만, 한 관장은 1000년이 아니라 반만년 역사로 기준을 넓혔다.
“저는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꼽습니다. 단군이 고조선을 세운 이래 한반도에 있던 모든 나라의 주인은 줄곧 군주였어요. 국민이 아니었죠. 그런데 독립운동을 통해 세운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처음으로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선포했어요. 민주공화제가 드디어 시작된 것입니다.”
한 관장은 “민주공화제 도입처럼 독립운동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발전시킨 원동력”이라며 “독립기념관 관장으로서 독립운동의 이런 가치와 상징성을 국민에게 똑바로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독립기념관의 전시가 주로 ‘청산리 전투에서 일본군을 몇 명 사살했다’와 같이 사실적 기술에 집중했는데, 이젠 독립운동의 가치와 역사적 의미에 대해 자세히 알리겠다는 것이다.
독립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하면 국가 경제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게 한 관장의 설명이다.
“독립정신이란 한마디로 말해 불가능을 가능하다고 믿는 ‘도전정신’입니다. 독립운동을 펼쳤던 선조들이라고 해서 일제를 정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겠습니까. 기록으로도 남아있는데, ‘계란으로 바위 치는 행위’라고 인정하면서도 저항했던 거예요. 결과적으로 끈질긴 노력을 통해 대한민국은 나라를 되찾았죠. 이런 정신력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독립기념관에서 이 엄청난 에너지를 국민에게 다시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한 관장은 또 “나라를 빼앗겼다가 되찾은 국가 중 독립을 기념하기 위해 독립기념관을 세운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지금 이곳 독립기념관이 갖는 세계적 가치와 상징성을 널리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천안=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