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AI 기업인'이 AI에 집중 투자하는 이유

입력 2021-02-07 17:29
수정 2021-02-08 01:30
일론 머스크가 모빌리티 외에 최근 집중 투자하는 분야는 인공지능(AI)이다. 2015년 비영리 AI 연구기관인 오픈AI를 공동 창립해 딥러닝·로봇 AI 분야 전문가를 대거 끌어모았다. 2016년엔 생명과학·AI 연구기업인 뉴럴링크를 창업해 지금까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구글의 AI 프로젝트 딥마인드, AI 스타트업 바이캐리어스엔 주요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그가 단순히 AI에서 사업 기회를 봐서 이런 행보를 보이는 건 아니다. 머스크는 AI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반(反)AI 기업인’ 대표주자로 불린다. 현재 인류의 지능으로는 AI 기술 발전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머스크는 앞서 “AI 혁명은 세상에 악마를 불러들이는 것과 같다” “AI는 핵무기보다 위험할 수 있다” 등의 발언을 수차례 내놨다. 작년엔 “지금 추세라면 향후 5년 안에 AI가 인간을 추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머스크는 자신이 AI 연구사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AI를 인류 통제 아래 두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이미 시작된 기술 흐름을 막을 수 없으니 만전의 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머스크는 오픈AI를 통해 이 기관이 연구한 AI 기술 특허와 각종 지식을 대중에게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특정 기업이나 국가가 AI 기술을 독점하면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머스크는 AI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생명공학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인류가 AI를 못 이긴다면 ‘초인류’가 돼서 AI를 다루자는 주장이다. 뉴럴링크는 이를 위해 AI를 인간 두뇌에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간 두뇌 피질에 초소형 AI기기를 삽입해 사람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머스크는 지난 1일엔 이를 위한 사전 연구 차원에서 원숭이 뇌와 비디오 게임을 연결하는 무선 컴퓨터 칩을 이식했다고 공개했다. 콘솔이나 컴퓨터 자판 없이도 원숭이의 생각만으로 게임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설명이다.

지금 봐선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현실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미국 실리콘밸리의 평가다. 머스크는 인간 뇌 신호를 분석하는 기업 뉴로비질에도 투자하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