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탈일본…오히려 우리가 당했다" 일본의 후회

입력 2021-02-07 08:44
수정 2021-02-07 13:38

일본 최대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1년 반만에 한국의 반도체 산업 국산화가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일 종합5면의 톱뉴스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벅찬 일본 정부 내에서 한국 수출규제가 과거의 일이 돼 가는 사이 한국에서는 반도체 첨단소재및 장치의 국산화가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말 발표한 불화수소 수입 통계가 근거로 제시됐다. 2020년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의 일본산 불화수소 수입량은 전년보다 75% 감소했다.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를 시작하기 전과 비교하면 90% 줄었다.

2019년 6월 3026t이었던 일본산 불화수소 수입량은 수출규제 시행 직후인 8월 0으로 줄었다. 일본 정부가 일부 수출을 허가하면서 같은 해 12월 수입량이 793t으로 늘었지만 수출규제 이전에 비해서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다. 지난해에도 월평균 수입량이 400t에 그쳤다.

일본산 뿐 아니라 전세계 불화수소 수입량이 50% 가량 줄었다. 일본산 수입이 중지됐을 때 일시적으로 늘었던 대만산 불화수소 수입량도 지난해 54% 감소했다. 일본의 강경책이 도화선이 돼 한국이 반도체 관련 소재와 장치의 국산화를 가속화한 결과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출자한 솔브레인이 일본산과 같은 수준의 초고순도 불화수소의 공급을 시작했고, SK머티리얼즈도 반도체 생산공정에 사용되는 불화수소의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형태로 생산공정 일부에서 국산 제품을 도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용해 오던 일본산 소재와 장비를 계속 쓰고 싶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정권의 의향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타격은 고스란히 스텔라케미파와 모리타화학공업 등 일본 불화수소 제조업체에 돌아갔다. 한국 수출이 감소하면서 두 회사는 연간 60억엔(약 638억원)의 손실을 입고 있다. 스텔라케미파는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불화수소 출하량이 26% 감소했다. 작년 4~9월 출하량도 2019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줄었다. 모리타화학은 "한국 이외 지역에 출하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손실을 보충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화수소와 함께 수출규제 대상이었던 포토레지스트와 불화폴리이미드 수입량은 감소하지도 않았다. 일본 정부가 두 소재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수출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수출규제 이후 한국정부는 반도체 공급망 전체의 '탈일본' 및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2조2000억원의 예산을 반도체 관련 연구개발비 보조에 배정했다. 첨단개발지역을 지정해 세제혜택을 주면서 미국 듀퐁이 신공장 건설을 결정하는 등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