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전세계 미군 배치 재검토"…北 언급 안해

입력 2021-02-05 17:05
수정 2021-02-06 00:4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전 세계 미군 배치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토 결과에 따라 주한미군이 감축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국무부를 방문해 취임 후 첫 외교안보 구상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군사력이 외교정책과 국가안보 우선순위에 부합하도록 국방장관이 미군의 전 세계 배치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검토 기간에 주독미군 감축은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7월 주독미군을 3만6000명에서 2만4000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에 제동을 건 것이다. 전 세계 미군 배치가 재검토되면 2만8500여 명 규모의 주한미군도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동맹을 중시하는 데다 주한미군은 북한과 함께 중국 견제 성격이 있는 만큼 감축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과 미국, 일본, 인도, 호주가 주축이 된 ‘쿼드(Quad)’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주한미군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미군 재배치 검토가 어떻게 결론날지 속단하긴 이르다.

미 국방부는 트럼프 행정부 때 공식적으로는 부인했지만 내부적으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 대사는 지난해 6월 독일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한국, 일본, 독일에서 군대를 데려오길 원한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중국에 대해선 “가장 심각한 경쟁자”라며 인권, 지식재산권, 글로벌 지배구조에 대한 중국의 공격에 맞서겠다고 했다. 다만 국익에 부합하면 중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핵 문제가 걸려 있는 북한과 이란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 연설 전에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북정책을 (재)검토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시드니 사일러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은 이날 조지타운대 화상 세미나에서 “북한의 가장 큰 안보 우려는 한국이나 미국으로부터의 공격이 아니라 북한 시스템이 변화를 향한 내부 압력에 취약하고 그 압력을 통제하지 못하면 외세가 개입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배경은 체제 내부 불안이며 이 때문에 미국이 체제 보장, 종전선언, 경제 원조, 경수로 건설 등을 약속해도 북한이 비핵화에 응할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