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출산하고 일주일 지났으니 설 차례 지내러 오래요"

입력 2021-02-08 07:52
수정 2021-02-13 00:13

설 연휴 사회적 거리두리 강화로 가족간의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주춤하다곤 하지만 설 명절까지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30대 기혼여성 A 씨는 최근 설 연휴 장거리 이동 문제로 남편과 크게 다투고 이혼까지 입에 올렸다. A 씨는 설 연휴 전 주말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점은 몸조리 기간 중 구정 연휴가 끼여있다는 점이었다.

A 씨는 당연히 이번 설연휴에 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할 생각이었으나 남편은 "아기 낳으면 조리원 바로 가지 말고 집(시댁)에 가자"면서 "설 차례 지내고 조리원 들어가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남편의 이런 제안에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설이 되면 아기는 생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다. A 씨는 "아기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시댁에 가냐. 제왕절개 수술하면 퇴원하더라도 움직이기 힘들다고 하더라"고 호소했다.

남편은 "젊은데 무슨 걱정이냐"라며 "실밥 풀면 움직여야 더 빨리 회복된다. 누워있으면 더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A 씨는 "왜 너희 집 제사를 내 몸 망가져가며, 내 새끼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해야 하냐"며 분노했다.

남편과 대화가 통하지 않자 A 씨는 "아기가 삼칠일도 안 지났고 너무 어려서 못 가겠다"고 시댁에 연락했다.

시부모는 "삼칠일은 미신이야. 설에 차례 지내니까 조상님이 아기 지켜줄 거야. 잘 다니면 면역력도 오르고 좋잖니"라고 말했다. 삼칠일이란 아이를 낳은지 21일째 날을 말한다. 예로부터 삼칠일에는 금줄을 쳐서 가족이나 손님의 출입을 삼가며 특히 부정한 곳에 다녀온 사람은 출입을 금했다. 이 기간은 산모의 산후조리 기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A 씨는 "내 몸 혹사해 가면서 남의 집안 조상 모시기 싫다"며 "아이 아빠라는 사람이 위험한 거 지켜보기만 하고 시국이 시국인데 시댁이 신천지랑 다른게 뭐냐"고 "정이 뚝 떨어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네티즌들은 출산 1주일도 안 돼 차례상을 차려야 하는 A 씨의 사연에 함께 분노했다. "산후조리에 온 신경 다 쏟아도 모자랄 판에 애 낳고 차례 지내고 조리원 가라니, 남편 맞냐", "당신 친딸이어도 그렇게 할 거냐고 물어봐라. 절대 시댁 내려가지 말고 조리원 들어가서 몸조리 하라. 보내더라도 남편만 보내라", "삼칠일이 미신이라면서 차례상은 왜 차리냐. 애 낳고 명절 음식이 웬 말이냐"고 조언했다.

출산 후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며느리에게 차례를 지내러 시댁에 내려오라는 사연에 변호사는 어떤 조언을 들려줄까. 법알못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명절 이혼'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명절 직후 갈라서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설과 추석 명절이 지나고 이혼 접수가 늘어납니다가족과 함께 즐겁게 보내야 할 명절이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명절 노동이 힘들어서 발생한 문제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부부간의 갈등과 고부갈등, 장서갈등에 있습니다. 명절 연휴 자체의 갈등도 문제이지만 그보다는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이 폭발하는 경우가 원인이라 할 것입니다.

실제 법정까지 간 사례도 있습니다. 결혼 8년 차 부부가 설 명절에 아내가 차례 음식을 준비하다가 손과 허리를 다쳤는데, 남편과 시가 식구가 걱정 대신 타박만 했습니다. 부부싸움은 양쪽 집안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남편이 이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결혼한 지 4년 된 부부도 1년에 10번 정도 있는 제사와 차례 등 잦은 시가 일로 스트레스를 겪던 아내가 추석 전날 혼자 차례 준비하다가 남편과 심하게 다툰 것이 이혼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있습니다.

오죽하면 명절증후군을 겪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직장에서 일부러 연휴기간에 근무하겠다는 직장인들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는 온라인 쇼핑몰에는 '가짜 깁스'까지 등장했다고 합니다. 연출·영화 소품으로 사용된 가짜 깁스가 명절이 다가오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사례에서 며느리는 임신과 출산으로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든 시기이고 특히 코로나 시국으로 가급적 명절에도 집합금지를 준수하라는 것이 정부의 방침인데 굳이 시가를 방문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문제라고 할 것입니다. 법적으로도 이런 상황에서 며느리가 시가를 방문할 의무는 없습니다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이 같은 상황에서 며느리는 시가에 억지로 방문해서 제사를 지낼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상님을 모시는 일은 중요한 일이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이 힘들고 갈등을 일으키면서까지 조상님을 극진히 모셔야 하는지가 의문이며 며느리 입장에서는 돌아가신 조상님보다 자식을 챙기는 것이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할 것입니다.

즐겁고 행복해야 할 설 연휴,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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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