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에서 일고 있는 드라이버 길이 제한 움직임에 로리 매킬로이(32·북아일랜드)와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가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매킬로이는 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TPC스코츠데일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피닉스오픈 기자회견에서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비거리와 관련한 장비 규정을 강화하려는 것은 엄청난 돈과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세계 골프 규칙을 총괄하는 두 단체는 전날 클럽 길이의 상한을 48인치에서 46인치로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장비 규정 변경안을 내놓았다. 클럽이 길어지면 스윙 아크가 커짐에 따라 헤드 스피드가 빨라져 비거리가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USGA는 골프공과 클럽 페이스의 반발계수를 규제하는 등의 규정 개정도 제안했다.
두 단체는 클럽 길이 제한에 관해선 내달 4일까지, 골프공과 클럽 반발계수에 관해선 오는 8월 2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변경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마이크 데이비스 USGA 최고경영자는 “오랫동안 골프 경기를 더욱 지속가능하고 즐겁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100년 동안 골프 경기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ESPN 등 해외 매체들은 선수들의 비거리 향상에 따라 코스 길이를 늘려야 할 형편에 처한 골프장들의 손을 두 단체가 들어준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매킬로이는 두 단체의 결정이 골퍼들의 사기를 꺾을 것이라고 했다. 매킬로이는 “USGA와 R&A는 골프계의 0.1%에만 적용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며 “즐거움을 위해 골프를 즐기고 있는 나머지 99.9%에게 특정 공, 특정 클럽을 사용하도록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용품 규제 등에 돈을 쓰기보다 많은 사람을 골프에 참여하게 하고 어린아이들에게 골프를 알려주는 데 노력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매킬로이는 클럽 제한이 선수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면 찬성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경기를 더 어렵게 하고 선수들이 기술을 연마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면 찬성한다”고 말했다.
반면 PGA 투어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1위(329.2야드)를 달리고 있는 디섐보는 클럽 길이 제한 움직임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인간의 능력 외에 다른 요소를 배제함으로써 공정성을 높인 결정”이라며 “어떻게 골프채를 잡아서는 안 된다, 어떻게 스윙해서는 안 된다고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면 장비 규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