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부, 민간 전문가 더 영입해야

입력 2021-02-04 17:12
수정 2021-02-05 00:14
‘국보(國寶)가 떠났다.’

김현종 현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국가안보실 제2차장을 맡고 있던 2019년 5월. 그는 당시 동료 직원을 비롯한 지인들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한국 산업화의 주역으로 손꼽히는 오원철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한 평가였다. 오 전 수석은 국내 최초 자동차회사인 시발자동차의 공장장을 지낸 뒤 5·16 군사정변 이후 정부에 발탁돼 경제정책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한 경제부처 관료는 “기업인 출신 오원철 한 사람이 한국의 50년 먹거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달 들어 현대차 출신의 민간 전문가 두 명을 잇따라 영입했다. 최진우 자율주행기술개발 혁신사업단장과 서길원 미래자동차산업과장이 그 주인공이다. 최 단장은 현대차·기아의 연구개발본부에서 10년째 신차 개발을 총괄해온 베테랑이다. 서 과장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16건의 특허를 보유한 실력자다. 산업부는 “이들은 자율주행과 미래차 분야를 이끌어줄 최고의 민간 전문가”라고 했다.

산업부는 이들에 앞서 외부 전문가를 꾸준히 영입해왔다. 최근 5년간만 놓고 보면 5명이다. 2016년 김숙래 당시 한국섬유소재연구원장을 소속 기관인 국가기술표준원 바이오화학서비스표준과장으로 위촉했다. 2018년에는 김형주 통상국내정책관(전 LG경제연구원), 정하늘 통상분쟁대응과장(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등 4명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산업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들은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는 이유에 대해 “산업 생태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정책당국의 전문성을 확장하고 민관 협업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혁신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하고 산적한 규제 이슈에 한발 앞서 대응하려면 산업 현장을 꿰뚫고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 내 외부 전문가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산업부만 해도 1300명(소속 기관 포함)에 달하는 직원 중 외부에서 영입한 인재 비율은 최 단장과 서 과장을 포함해 0.5%에 불과하다. 정부가 산업 현장의 전문성을 흡수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영입을 더 늘려야 하는 이유다.

일각에선 적은 숫자도 문제지만 ‘공무원 조직의 순혈주의’ 역시 민간 전문가들의 활약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당국에서 경력직으로 일했던 한 회계사는 “해외 연수자를 선정할 때 특정 부서 출신만 뽑는 걸 보고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모쪼록 이번에 산업부가 영입한 인재들이 관료사회의 카르텔을 깨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산업 정책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제2의 오원철 수석’으로 성장해나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