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영 본부장 "올해가 가치주 펀드 투자 최적기"

입력 2021-02-04 17:02
수정 2021-02-05 02:44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실질) 금리가 상승하면 가치주가 강세를 보일 겁니다. 올해야말로 가치주 펀드에 투자할 때입니다.”

원주영 신영자산운용 마라톤가치본부 본부장(사진)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가치주 강세장이 돌아올 시점”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저평가된 우량주를 발굴해 투자하고, 끈기 있게 기다려 차익을 내는 가치주 펀드는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맴돌던 2010년대 초중반까지 지수를 크게 웃돌며 고수익을 냈다. 그러나 이후 저금리 여건 속에서 성장주 전성기가 이어지면서 가치주는 수난을 겪었다. 가치주라는 개념에 대한 의심마저 커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원 본부장은 “시장을 10년도 채 보지 않은 사람들은 지금의 성장주·주도주 장세만 봐왔기 때문에 이 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며 “하지만 큰 사이클로 보면 올해는 가치주의 매력이 돋보이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원 본부장이 올해 가치주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전 세계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돈을 푼 덕에 유동성 장세가 펼쳐졌다. 올해는 유동성이 끌어올리던 시장에서 실적 장세로 전환하면서 종목별로 ‘옥석 가리기’가 중요해질 때라는 설명이다. 그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들이 좋은 수익을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경제가 정상화될 때 가장 먼저 설비 투자, 민간 소비가 늘어난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원 본부장은 “설비 투자가 증가하면 철강 화학 비철금속 등 산업·소재주가 수혜를 받고, 민간소비가 회복되면 경기소비재, 자동차, 정보기술(IT), 유통 등의 업종 등이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책 금리가 그대로여도 실질 금리가 먼저 움직이면 그동안 부진했던 금융주도 바닥을 딛고 움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가치주 펀드는 작년 말부터 서서히 수익률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 본부장은 ‘가치주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 “단순화하면 제조업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을 저평가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시대 흐름에 따라 기업이 변화 가능성이 있는지’ ‘향후 실적 개선 가능성이 있는지’ ‘경영진의 변화 가능성은 있는지’ 등이라고 했다.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는 플랫폼 기업들에 대해선 “무형자산 평가 기준을 연구 중”이라며 “아직까진 인터넷 관련주를 포트폴리오에 많이 담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신영자산운용의 기준에 따르면 최근 전기차로 주목받고 있는 현대차는 대표적인 가치주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많이 뛰어들면서 전기차 테마를 성장주로 인식해 투자하는 경우가 많지만 현대차의 PBR은 작년 말 기준 0.4배 수준에 그친다. 게다가 수소·전기차 등 미래 산업부문으로의 변화 역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주 기준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1999년 신영자산운용에 입사한 원 본부장은 운용업계에선 흔치 않은 매니저 출신 여성 임원이다. 현재 ‘마라톤펀드’ 등 약 1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