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감염됐다 회복해 몸 속에 항체를 갖고 있는 사람이 0.1% 정도라는 방역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내 인구 대비 코로나19 확진율이 0.1%인 것을 고려하면 검사를 통해 실제 확인된 환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항체 양성자 중 상당수가 코로나19에 확진된 적 없는 무증상자여서 실제 양성률을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항체 양성률 0.1%중앙방역대책본부는 국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5284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면역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했더니 5명이 항체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왔다고 4일 발표했다.
양성 확인된 5명 중 실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3명이다. 나머지 2명은 자신도 모르게 코로나19를 앓고 지나갔다는 의미다. 국민건강영양조사는 10~90세 인구 표본을 뽑아 진행하는 조사다. 국내 인구 집단의 건강 정도를 확인하는 대표성 있는 조사다. 국민의 0.1% 정도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거나 자신도 모르게 코로나19를 앓고 지나갔다는 의미다.
육군 훈련소 입영장정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이보다 양성률이 높았다. 입영장정 9954명 중 항체 양성은 31명이다. 이중 확진판정을 받았거나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13명으로 18명은 자신도 모르게 코로나19를 앓고 지나갔다.
국내서 유행규모가 컸던 대구·경산 지역의 일반주민 2350명과 의료진 3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항체 양성자가 19명 나왔다. 양성률은 0.7%다. 집단 감염이 있었던 대구·경산 지역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를 앓고 지나간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방역당국은 이런 것을 토대로 국내 항체 보유율이 해외보다 낮다고 판단했다. 손씻기 등 방역수칙을 잘지켜 자신도 모르게 감염됐다 회복된 사람이 적다는 의미다. 다만 그렇다고 지역사회에 숨은 감염자가 아예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입영장정 조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항체 양성자가 상당수 확인됐기 때문이다. ○확진률보다 낮아 지역사회 감염 파악 한계지난해 한해 동안 진행한 항체검사 결과지만 한계가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 대표 표본인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전체 인구로 환산하면 국민 5182만1669명 중 5만명 정도의 몸 속에 코로나19 항체가 있다는 의미다. 이 숫자에 자신도 모르게 앓고 지나간 환자가 비교적 많이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실제 검사를 통해 가려낸 확진자는 이보다 적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3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7만9762명으로, 국민의 0.15% 정도가 확진판정을 받았다. 해외 유입을 뺀 국내 감염자만 고려해도 확진률은 0.14%다. 산술 계산하면 몸 속 면역 항체가 있는 사람이 실제 확진자보다 적었다. 지역사회에 숨은 무증상 감염자가 있다는 진단을 고려해도 정확도가 떨어진다.
지역사회 항체 검사는 국내에 실제 감염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도구다. 매일 발표하는 확진자는 확인된 환자수일 뿐 실제 환자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 결과만 두고 보면 이런 취지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2부본부장은 "국민건강영양조사는 10세 미만 연령이 표본에서 빠졌고 표본 크기도 작다는 의견이 있다"며 "4월 이후 시기별로 검체를 확보했기 때문에 전체 시기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했다. 국민 건강영양조사 검체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 확보된 것이기 때문에 3차 대유행 상황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건강영양조사는 기본 때문에 제한이 있어 계속 진행하지만 보완적으로 수도권 표본을 선정해 더 정교한 조사 결과를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올해 조사에서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추가 표본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통해 7000명, 군 입영장정 1만5000명 조사를 진행하면서 수도권 대표표본 5000명, 검사센터 검사자 5000명 검사도 추가할 계획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