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열풍과 함께 국내외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정 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한 펀드인 ETF는 증시에 상장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개별 주식처럼 매매가 편리하고, 인덱스펀드처럼 거래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ETF의 기반이 되는 지수를 개발하는 전문업체들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SRVR'과 'INDS'를 운영하는 벤치마크인베스트먼트도 그 중 하나다. SRVR ETF는 데이터센터 분야에, INDS ETF는 물류창고 분야에 특화하고 있다.
벤치마크(Benchmark Investments)의 창업자인 케빈 켈리 최고경영자(CEO)는 "부동산 유형 부문을 전문으로 하는 인프라·부동산 지수화 회사"라고 소개했다. 케빈 CEO는 골드만삭스 투자경영부문 출신으로 레콘캐피털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 등을 거쳤다. 5G(5세대 이동통신), 클라우드, 리테일 등의 영역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스닥(NASDAQ)은 2014년 9월 케빈을 'ETF 업계의 인사이더(insider)'로 지칭하기도 했다.
▶2021년의 전반적인 투자 환경을 어떻게 전망하나.
"신흥국, 특히 아시아에서는 중산층이 늘고 모든 산업에서 기술이 발전하는 등 구조적으로 순풍이 불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제가 회복 중임을 감안하면 투자 전망은 전반적으로 낙관적이다. 개인과 기업 모두 전례 없이 많은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 돈을 투자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이런 배경을 고려할 때, 4차 산업혁명에 접어드는 2021년은 장기적 관점의 투자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중추적인 해가 될 수 있다."
▶어떤 분야가 유망한가.
"기술을 채택하는 모든 산업은 이런 기회를 누리게 될 것이다. e커머스(전자상거래)를 도입한 소매 기업을 생각해 보자. 자동화와 인공지능(AI)을 받아들인 업체들도 있다. 기술이 자원을 찾고, 얻고, 배포하고,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을 결정한다. 반도체 산업에서 '무어의 법칙'(마이크로칩의 밀도는 24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처럼 기술에 따라 자원의 발견, 획득, 배포, 보관 능력이 결정된다. 특히 올해에는 에너지, 제조유통, 의료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기술 덕분에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반대로 위기를 맞는 분야도 있을 것이다.
"시장 적응이 느린 기업은 위험에 처하게 될 수 있다. 변화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1910년대부터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며 20세기 내내 선도적인 역할을 했던 기술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인수합병(M&A)과 신사업 진출 등을 통해 클라우드와 AI 부문에서 성공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아직 해당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했다. 경영진이 교체됐고, 5년 넘게 매출 증가세가 둔화했다. 한때 시장을 주름잡았던 코닥이 그랫듯 '기술기업'으로 불리던 곳도 언제든지 낙후될 위험을 안고 있다."
▶5G와 클라우드를 비롯한 신기술에 주목해 왔는데, 올해 이 분야 전망은.
"설비 투자 증가 덕분에 2020년의 실적을 쉽게 넘어서리라고 예상한다. 일상생활의 '테크셀러레이션', 즉 기술 가속화는 이제 막 시작됐다. 5G 무선 장치는 아직 초기 단계로, 북미 지역에서는 보급률이 4%에 불과하다. 이 수치가 올해는 17%, 내년에는 3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선진국에서 비슷한 성장세와 보급률을 기대할 수 있다. 통신사들은 미국에서 'C-밴드'라고 알려진 무선 스펙트럼 경매에 950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들 기업은 안테나와 무선 장치를 비롯한 여러 장비를 업그레이드해 타워 회사의 새로운 성장 주기를 시작해야 한다. C-밴드 경매는 내년 하반기 임대 사업의 중대한 동인이 되어야 한다."
▶데이터센터 관련 시장이 고속 성장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측면에서 클라우드 설비 투자는 올 상반기 16%, 하반기에는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데이터센터의 수익은 약 16% 증가하리라는 것이 대다수의 예상이다. 올해 클라우드를 구축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활용하면 아주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도 전망은 밝은가.
"5G의 성장세는 여기에서 시작될 것이고, 앞으로 더 정교한 기술로 이동함에 따라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5G 이전에 4G가 있었고, 4G 이전에는 3G가 있었으며 그 전에는 2G가 있었다. 기술의 경계가 진정으로 사라지면서 '인텔리전스 혁명'의 성장세가 기하급수적으로 가속화되는 것이다. 5G 혁명은 6G, 7G, 8G로 이어지는 진화의 일부분이자 서막에 불과하다. 클라우드에서 에지, 미스트 컴퓨팅으로 전환하려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형태의 통신과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성장은 미래에도 지속 가능하다고 본다."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 등과 관련해 강화되고 있는 정부 규제는 영향이 없을까.
"그것은 기술 분야에서 가장 큰 관심사다. 자율주행차량과 드론이 일상생활에 가까워질 수록 데이터센터와 이동전화 기지국의 구축은 유례없이 늘어날 것이다. 각국의 규제기관들은 다양한 형태로 기술 규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너무 늦기 전에 지금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미국식 표현을 빌리자면 '지니가 램프 밖으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지니를 램프에 다시 넣을 수는 없다. 거의 모든 정부가 기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할지에 대해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기술기업들이 등장하면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측면도 있다. 올해 다들 미묘한 균형점을 찾느라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이미 규제 강도가 높다는 점은 기술 인프라의 유리한 측면이다."
▶벤치마크인베스트먼트는 어떤 회사인가.
"부동산 유형 부문을 전문으로 하는 인프라·부동산 지수화 회사다. 벤치마크의 SRVR과 INDS는 전 세계 주요 기관에 대한 전력 투자 상품과 자산의 요건을 지수화한다. SRVR 지수의 투자전략은 일상생활에 동력을 제공하는 물리적 기술 인프라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SRVR 지수는 우리 경제에 중요한 정보와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점점 더 정교해지는 서버 백본, 광섬유 케이블, 데이터 센터, 무선 타워와 연관돼 있다. 기술을 작동시키는 인덱스의 중요한 인프라가 없으면 서버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선진국 시장에 상장된 모든 증권을 검토하고, 어느 것이 부동산과 인프라인지를 점검한다. 여기에서 시작해 자산·인프라 유형, 수익 유형, 테넌트 유형을 기준으로 각 증권을 검토한다. 데이터 센터, 무선 셀 기지국 회사, 광섬유 등과 같은 순수 디지털 인프라 기업만이 포함된다."
▶핵심 투자 테마는 어디인가.
"이 지수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고, 이전의 산업을 대체하는 인텔리전스 혁명과 관련한 투자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가 역사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 생각해보면, 차세대 산업 혁명기에 진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술 인프라에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 SRVR 인프라가 있기에 일상생활에 스며드는 신기술이 가능해진다. 5G 연결과 에지 컴퓨팅은 대규모 고급 기술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 필요한 다재다능한 플랫폼을 구축하게 해준다. 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처럼 짧은 대기시간이 요구되고 제한된 대역폭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여러 사례에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다른 지수와 비교해 강점은 무엇인가.
"SRVR 지수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반도체에 대한 노출 없이 클라우드, 5G, 에지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직접 노출되는 것이 특징이다. SRVR에 편입된 투자처들은 현금흐름의 안정성을 갖추고 고품질 자산을 보유한, 고도로 전문화되고 복제하기 어려운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현지 시장마다 정부 규제를 포함해 상당한 진입장벽이 있는데 모두 우위를 점하고 있다. 기술 부동산을 구축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초기 자본 투입 노력과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또 SRVR 지수의 인프라 자산은 경기 주기와 금리 같은 거시적 요인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동시에 현금흐름 성장은 매력적이다. 대부분의 기간 동안 가격 변동이 시장의 다른 부문과 상관관계가 높지 않다는 점도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케빈 CEO는 "한국 투자자들은 기술에 국경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수준이 매우 높고 글로벌 관점에서 사고하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는 첨단 기술 중심"이라며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했다.
▶한국 자산운용사들과도 협력하고 있는데.
"아시아의 ETF 산업은 근본적으로 미국·유럽과 같은 이유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비용이 저렴하면서 투명하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원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투자자 트렌드에 ETF가 잘 맞는 이유다. 한국 투자자들에게 혁신적인 ETF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파트너를 원했기 때문에 아주 신중하게 접근해 왔다. 그들은 우리의 지수 파트너인 나스닥과 훌륭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최고의 기업'이며,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
▶ETF 투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우수한 데이터센터와 무선 셀 기지국에 대한 투자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보통 사모펀드들이었다. 하지만 한국 투자자들은 SRVR 지수 추적 상품을 활용함으로써 최고 품질의 자산을 보유한 최고의 경영진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10만 원을 투자하는 개미 투자자가 10억 원을 투자하는 고액 자산가와 동일한 수수료를 지불하고 투자할 수 있다. 그래서 ETF는 궁극적으로 '민주적인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아 투자자들은 거래를 매우 활발하게 하는 데다 중산층 인구의 증가도 정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ETF 상품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SRVR의 전략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우리로서는 영광스러운 일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ETF와 지수 상품의 전망은 어떤가.
"아시아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여지가 있다. 얼마나 빨리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까진 단정하기 어렵지만, 시장의 유동성이 증가하고 있고 참여자 전체의 생태계가 성장하고 있다. 아시아의 ETF 산업은 향후 3~5년 동안 20~2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동성과 능동성이 결합된 '혼합 포트폴리오 전략'의 일환으로 ETF 활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본다. 지역 투자자들의 유기적 성장과 역외 투자자 간의 전략적 자산 배분으로 인해 아시아에서 급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전문기관, 거래소, 투자자가 가치 사슬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케빈 CEO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아시아 지역은 ETF 시장에 가장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며 "우리의 입지를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케빈 CEO는 "벤치마크는 지난해 아시아 거래소 펀드 시장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이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지역은 다양한 종교, 언어, 축제, 민족, 기후 등이 어우러진 시장"이라며 "이곳이 어떻게 흥미로운 발전을 이루고 좋은 기업들을 탄생시킬지 개인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해외투자 열풍 올해도 뜨겁다… 섹터·테마형 ETF 주목"
금정섭 KB자산운용 ETF전략실장
KB자산운용은 SRVR 지수(Benchmark Data & Infrastructure Real Estate SCTR TR)를 추종하는 투자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산업 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부동산도 전통자산에서 비(非)전통자산으로 투자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KBSTAR 글로벌 데이터센터 리츠 나스닥' ETF는 지난달 14일 유가증권시장에 새로 상장했다. 미국·유럽·아시아 등 6개국의 데이터센터 및 통신기지국 관련 리츠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기초지수는 데이터센터와 통신기지국 인프라 관련 리츠, 부동산 관련 기업 등 23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이 상품은 거래 상대방인 증권사와의 장외파생상품 계약을 통해 지수의 성과를 추종하는 합성 복제 방식으로 운용된다.
금정섭 KB자산운용 ETF전략실장(이사)은 "상장 초기임을 감안하더라도 하루 평균 10억원 이상이 꾸준히 거래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해외 투자에 대한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은 올해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이 상품과 같은 섹터·테마형 ETF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금 실장은 "KB자산운용을 포함해 한국의 자산운용사들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는 ETF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올해 ETF 투자의 핵심 테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 실장도 "기본적으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과 더불어 글로벌 시장의 투자 스탠더드를 바꿀 수 있는 ESG 관련 테마가 대형 연기금 중심에서 개인투자자들까지로 확대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는 "산업 전반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래 혁신 테마는 올해에도 꾸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 실장은 "리테일·상업용 리츠 시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의 영향 아래 부진했다"며 "자율주행, 클라우드 등의 기술 진화 가속화에 따라 수혜를 받을 수밖에 없는 데이터센터 또는 통신 네트워크 관련 리츠 시장은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