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출시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삼성전자의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갤럭시S21'이 불법보조금을 업고 일부 유통망에서 벌써 10만원대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의 불법보조금 집중 단속에도 신제품 가격이 이처럼 단기간에 낮아지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4일 스마트폰 시세를 공유하는 복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내 이동통신3사에서 '번호이동' 방식의 조건을 달고 10만원 내외의 가격으로 갤럭시S21 일반형 모델을 개통했다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LG유플러스, SK텔레콤, KT순으로 가격이 저렴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갤럭시S21을 구매하려면 현금 선납이 필수적이다. 또 9만원대 무제한요금제를 가입해 6개월 동안 사용해야 한다. 2~3개월 가량의 부가서비스 가입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다만 카드결합이나 부가서비스 의무가입 등의 조건은 요구받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갤럭시S21은 출고가가 99만9900원으로 국내 출시된 5세대 통신(5G)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 가장 저렴하다. 지난달 29일 정식으로 출시돼 나온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이 모델을 구매하려면 통신3사가 지원하는 공시지원금을 최대치(50만원)로 받아도 49만9900원이다. 여기에 공식적으로 유통채널이 추가로 제공할 수 있는 판매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을 합쳐도 40만원 초중반대다. 따라서 무려 30만원 이상의 불법보조금이 암암리에 지급되고 있는 셈.
서울 시내에서 모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는 "'성지'(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판매점을 부르는 은어)에서 스마트폰 가격을 그렇게 내놓으면 정상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우리만 소비자들에게 욕을 먹는다"며 "예전에는 불법보조금을 동원해 판매하는 점포를 소비자들이 직접 신고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통사, 제조사들이 소비자에게 차별적으로 보조금을 주는 것을 규제하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단통법 시행 이후 특정 유통망에서 불법 보조금이 지속적으로 성행해서다. 불법 보조금은 판매 장려금으로도 불리는데 제조사와 이통사가 특정 유통망에 마케팅 비용 지원 명목으로 지급한다.
특히 통신 3사는 지난달 방통위에 불법보조금 재발 방지와 관련한 각사 이행 계획을 제출하고, 이를 운영 중임에도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통신 3사는 2019년 4월 5G 상용화 이후 시장 주도권을 위해 막대한 불법 보조금을 살포해 방통위로부터 과징금 512억원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방통위 측은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공시지원금에 대한 추가지원금을 기존보다 큰 폭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단통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사나 유통사에서 기기값을 일시 지불해 구매할 수 있는 자급제폰을 찾는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자급제폰을 구매하면 특정 요금제나 부가서비스를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해 5G폰을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로도 사용할 수 있다. 실제 갤럭시S21 사전 예약에서 자급제폰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작 '갤럭시S20'보다 3배가량 늘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