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 자영업 절규에도…표만 세는 거대 여당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1-02-04 14:56
수정 2021-02-04 14:57

"집 팔고 딸 학원도 끊었다""신용등급 추락으로 대출마저 막혔다""정부 융자금 때문에 폐업도 못한다""알바 4대 보험 연체하자 압류 통보가 왔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그제(2일) 열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기자회견장은 울분과 눈물로 가득했다. 듣는 것도 힘들 만큼 처연한 사연이 쏟아졌다. 전국 최고인 명동상권도 어림잡아 절반 넘게 문을 닫았을 정도이니 골목가게들이야 오죽할까. 자영업자들은 "지옥같은 현실을 얼마나 더 비틸지 모르겠다"며 정부 지원을 호소중이다.

그런데 이런 절규에 가장 적극적으로 답해야 할 정치권의 마음은 콩밭으로 향하고 있다. 틈만 나면 '포용'을 외쳐온 거대 여당이 꺼내든 대책은 포용을 빙자한 정치적 이권챙기기 양상이다. 이슈로 떠오른 '4차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란만 봐도 "사람이 먼저다"라기보다 "선거가 먼저다"라는 인상이 짙다.

여당대표는 '선별+보편' 지급 방식의 4차 재난지원금 구상을 며칠전 국회교섭단체 연설에서 밝혔다. 자영업자 지원(선별)과 동시에 전 국민 지급(보편)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전국민 지원은 작년 1차 재난지권금 때처럼 '4인가족 기준 100만원'으로 잡아도 10조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굳이 부유층과 중산층까지 지원대상에 포함해 국고를 터는 것은 '합리적 국정운영'의 의무를 위임한 주권자들에 대한 일종의 배임행위다.

'안 받아도 그만'인 이들에게 뿌릴 선심성 재원이 있다면 벼랑 끝으로 몰린 이들에 대한 지원을 한푼이라도 더 늘리는 게 상생연대 정신에 부합한다. 더구나 나라빚이 창졸기간에 1000조원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보편적 재난지원금 '끼워팔기'는 오히려 반(反) 포용적이다. 막대한 적자국채 발행이 지속적인 포용을 위해 필수적인 재정여력을 급속히 소진시키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의 기본은 "다다익선(多多益善)보다 필요한 곳에 지원하는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홍남기 부총리의 반발이 백번 옳다.

정치권의 행보가 더욱 미덥지 못한 것은 누군가의 절박하고 신성한 삶조차 한낱 4월 보궐선거 재료로 치부하는 듯해서다. 여당은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자영업 손실보상'을 하겠다는 무리수를 밀어붙이더니 여의치 않자 하루아침에 '4차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원' 카드를 들고 나왔다. 신년기자회견에서 "4차 재난지원금을 말하기에는 정말 너무나 이른 시기”라던 대통령의 말을 불과 10일만에 허언으로 만들면서까지 폭주하는 것은 선거 아니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실제로 여당은 내놓은 정책마다 '선거전 지급'을 강조한다. 하도 반복해서 듣다보니 무신경해질 정도다. 하지만 이런 발언은 '총선용 돈풀기'임을 공공연히 떠벌리는 염치도 양심도 없는 퇴행이다. 수십년전 선거때 고무신 돌리고 밀가루 돌리고 돈봉투도 돌렸다지만 부끄러운 줄 알고 은밀하게 주고받았다. 이렇게 대놓고 현금 다발을 흔드는 노골적 금권선거가 있기는 했던가."살고 싶다"는 서민의 절규조차 선거에 악용하는 참 나쁜 정치의 폐해, 어찌 코로나보다 못하리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