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어제 전화 통화를 하고 한·미 동맹, 북핵 문제 등 양국의 외교 현안에 대해 큰 틀의 공감대를 도출했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포괄적 대북전략을 조속히 마련하고, 한·미 동맹을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동맹으로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을 넘어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것 등이 핵심이다. 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업그레이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한·미 정상 간 전화회담은 14일 만에 이뤄져,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늦었다. 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먼저 통화한 게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한·미 정상 통화에서 동맹을 글로벌 차원으로 발전시키기로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한·일 관계 개선의 중요성에 대해 두 정상이 의견을 같이한 점도 의미를 둘 만하다.
중요한 것은 백 마디 말보다 실천이다. ‘동맹 강화’는 양국 정상 간 대화의 단골 메뉴다. 그러나 지난 4년간 현 정부의 친북·친중 노선으로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겼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대중·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양국 간 시각차가 뚜렷해 우려를 더한다. 당장 한·미 정상이 통화하던 날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에 대해 동맹국들과 함께 유리한 위치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국 정상들과 통화를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대중 압박에 동참하라는 우회적 메시지로 들린다.
그렇잖아도 미국은 주요 7개국(G7)에 한국 호주 인도를 더한 ‘민주주의 10개국(D10)’ 연합체와 미·일·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는 선택의 기로인 셈이다.
미국은 대북 정책의 대전환도 예고했다. 이벤트성 미·북 정상회담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런 만큼 정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정상 간 통화에서의 외교적 수사, 원론적 합의가 각론에서의 갈등을 다 덮는 것은 아니다. 종전선언에 매달리고,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워 미·중 사이에 줄타기를 고집한다면 한·미 동맹은 균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