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연착륙 막는' 與…공정위 기업결합 심사까지 압박

입력 2021-02-03 17:16
수정 2021-02-04 01:15

여당이 정부와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표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항공사 통합에 문제가 없다는 법원 판단과 산은의 잇단 설명에도 여권이 ‘대기업 특혜’ 등 무책임한 의혹 제기로 ‘딴지’를 걸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용우·조응천·민형배·오기형·민병덕 의원과 국회입법조사처는 3일 ‘건전한 항공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인수합병) 과제’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여당 의원들과 입법조사처는 항공산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합리적 방안 도출을 목적으로 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나왔던 주주권 침해 및 재벌 특혜 등과 같은 의혹이 또다시 제기됐다. 특히 통합을 주도한 산은을 향한 날 선 공격이 이어졌다. 발제자로 나선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산은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한진칼에 8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것을 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편을 들겠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용우 의원도 “산은의 자금 투입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재벌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빚고 있는 사모펀드 KCGI,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과 맥이 닿는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반대해 KCGI가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대한항공 모기업인 한진칼이 산은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하는 데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산은도 한진칼이 아니라 대한항공에 자금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두 항공사가 국유화된다는 점을 의식해 제3자 배정 방식 지원을 결정했다. 국유화는 두 항공사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이날 토론회에선 아시아나항공 국유화를 찬성하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 교수는 “항공사 국유화는 외국에서도 흔한 사례”라며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을 국유화한 뒤 가치를 높여 지분을 매각하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여당 의원과 전문가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면밀한 기업결합심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여당 의원과 시민단체들이 공정위를 압박하려는 것이란 우려를 나타냈다. 공정위는 두 회사 통합에 대한 기업결합심사 결과를 이르면 오는 7월 발표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