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 시장 키워드 된 ESG…현대重, 친환경 사업 내세워 공모 나서

입력 2021-02-03 16:51
수정 2021-02-04 01:22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공개(IPO) 시장의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IPO 요건이 비윤리적 기업의 상장을 막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친 반면 최근엔 기업들이 ESG 이미지를 강화하고 친환경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IPO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올해 IPO를 통해 1조원을 마련, 친환경 미래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저탄소 시대에 대비해 친환경 미래 선박 및 건조기술 개발, 친환경 생산설비 등을 갖추겠다는 방침이다. 투자금은 올해 약 20% 규모의 신주 발행 형식으로 IPO를 추진해 조달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이미지 변신을 꾀하기 위해 ‘ESG’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보고 있다. 오랜 기간 침체기를 겪은 조선 업체라는 이유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친환경’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설명이다. 상장 후 ESG 수혜주로 주목받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아직까지 시장에선 ‘ESG 청사진’만으로는 IPO 흥행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해 상장을 추진한 선박 탈황장비 제조업체 파나시아는 친환경 설비로 매출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장이 무산됐다. 기관투자가로부터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IPO업계 관계자는 “케이크에 비유하면 성장 잠재력은 ‘빵’, ESG는 ‘데코레이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ESG 이슈에 소홀할 수는 없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ESG 낙제기업’이란 꼬리표로 상장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적지 않아서다. 특히 S(사회)나 G(지배구조)는 상장기업의 자질을 평가하는 척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제조사 오상헬스케어는 올초 IPO를 추진했으나 과거 상장폐지 이력과 전 임직원의 횡령 소송 때문에 최근 예비상장심사를 철회했다.

반면 ESG 문제를 개선해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도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1위 교촌에프앤비는 2018년 상장을 추진했다가 당시 창업자의 친인척이었던 임원이 직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2년 동안 상장 절차가 중단됐다. 이후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면서 지난해 상장에 성공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상장예비심사제도는 회계 부정, 횡령 등 비윤리적 기업을 걸러내는 역할만 하고 ESG 우수 기업에 가산점이나 혜택을 주지는 않는다”며 “앞으로 ESG 기업을 증시에 유치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