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지역' 묶인 풍납동 재건축 속도낸다

입력 2021-02-03 16:50
수정 2021-02-14 15:23

서울 송파구 재건축 시장에서 소외됐던 풍납동이 들썩이고 있다. 풍납동은 풍납토성 등 문화재로 인해 개발에 제한이 많았다. 땅파기를 하다가 유물이 나오면 사업을 멈춰야 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시세도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강남권 아파트 몸값이 워낙 높아지면서 일단 개발해보자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2019년 풍납 우성아파트를 재건축한 ‘잠실 올림픽공원 아이파크’가 성공적으로 입주하면서 일대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잇따라 정밀안전진단에 나서고 있다. 풍납동 극동·미성 재건축 안전진단3일 송파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한 풍납동 ‘극동’ 아파트가 오는 8일 안전진단을 담당할 용역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1987년 준공한 이 단지는 4개 동 총 415가구 규모다. 정밀안전진단은 A~E등급으로 나뉜다. D등급 이하를 받으면 ‘건물 구조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점이 입증돼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풍납동 ‘미성’ 아파트도 재건축을 위한 정밀안전진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2019년 10월 예비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다. 4개 동, 275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1985년 준공돼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훌쩍 넘겼다. 3월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재건축 기대가 커지면서 풍납동을 찾는 실수요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극동아파트 전용 59㎡는 지난해 12월 10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11월 10억1300만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현재 호가는 11억원까지 뛰었다. 풍납동 S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해 내놓았던 물건을 다시 거둬들이고 있다”며 “극동아파트 전용 59㎡를 10억5000만원에 계약하기로 한 자리에서 집주인이 5000만원을 올려 거래가 무산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강변에 있는 풍납동은 잠실과 가깝고 지하철 5·8호선이 모두 통과해 입지가 좋은 편이다.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잠실동·신천동에 비해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풍납동 아파트의 3.3㎡당 평균 시세(1월 29일 기준)는 3140만원으로 송파구 전체(4953만원)의 63% 수준이다. 풍납동 옆에 붙어 있는 신천동 아파트의 3.3㎡당 평균 시세는 5357만원에 달한다.

풍납동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잠실 올림픽공원 아이파크’ 전용 84㎡ 호가는 18억5000만~18억8000만원 선에서 형성돼 있다. 이 단지 건너편에 있는 신천동 파크리오 아파트 전용 84㎡가 22억5000만원에 최고가 거래된 것과 비교해 4억원가량 낮은 가격이다. 문화재 변수는 여전히 조심해야풍납동 등의 재건축 아파트 인기까지 더해지면서 송파구 집값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월간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송파구의 주택(아파트·연립·단독 종합)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69% 상승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문화재’ 변수는 조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풍납토성이 있는 풍납동 일대는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 한성백제 시기의 유물이 대거 출토됐다. 한성백제 왕성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풍남토성 외에도 언제든 문화재가 발굴될 수 있어 쉽게 개발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2019년 풍납 우성아파트를 재건축한 ‘잠실 올림픽공원 아이파크’가 성공적으로 입주하면서 주민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잠실 올림픽공원 아이파크’의 경우 다른 재건축 단지들에 비해 풍납토성과 거리가 멀어 상대적으로 문화재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편”이라며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 들어가면 건물 규모, 지하 주차장 설치 등에 대한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풍납동은 문화재 발굴과 보존이라는 특수한 문제로 그동안 부동산시장에서 외면받은 게 사실”이라며 “최근 재건축 추진이 활발하지만 문화재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