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이 “고용보험료율 인상 논의를 적절한 시점에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단계적 인상 검토” 발언 이후 정부가 고용보험료 인상 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차관은 3일 ‘2021년 고용부 업무보고’를 발표하며 “최근 고용보험기금 지출 추세나 전망을 봤을 때 재정건전화 문제는 올해 어떤 방식으로든 가닥을 잡아야 한다”며 “방법은 보험료율 인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금 지출 구조조정과 관련 목적에 맞지 않는 일부 사업은 일반회계로 전환하는 문제를 협의 중인데, 일반회계도 최근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기재부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고용보험료율 인상 검토 배경을 밝혔다. 고용보험료율은 2011년 4월 월급여의 1.1%(사업주와 근로자가 0.55%씩 부담)로 오르면서 1%대로 올라선 이후 2013년 7월 1.3%, 2019년 10월 1.6%로 높아졌다.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 차관은 “지난해 7월 노사정 협약 당시 기본적으로 보험료율 인상 방향으로 접근을 하되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해 노사정이 함께 논의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상 시기와 관련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추가적인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하기로 했다.
정부가 고용보험료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은 코로나19 사태 속에 실업급여 지급액이 급증하면서 고용보험기금이 사실상 바닥났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으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지난해 4조6997억원이며 올해도 3조2000억원을 추가로 빌릴 계획이다. 공자기금 차입금은 ‘무이자’가 아니다.
고용부는 지난해 대출분에 대해 221억원(이자율 연 1.365~1.432%)의 이자를 지급했고, 신규 대출분까지 합하면 올 연말까지 이자만 1330억원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보험기금 적자는 공자기금 대출을 제외하면 7조9389억원으로, 적립금은 이미 바닥이 난 상태다.
기재부가 관리하는 공자기금은 각 부처 기금의 여유자금, 국채 발행 수입 등을 재원으로 하는 ‘공공기금의 기금’으로 최대 예수기간은 10년이다.
고용부는 코로나19 고용충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원금 상환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보험기금은 경기 변동에 따라 지출 구조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특성이 있다”며 “향후 노동시장 회복 등을 고려해 최대 예수기간 내에는 상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