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사진)는 집권층 내 주류인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세대를 겨냥해 “북한식의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에 빠져 있다”며 “그러다 보니 (198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한)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시절처럼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는 “자기 철학은 없고, 586에 기대어 국정 운영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선 “거버너(도지사)로서 능력은 출중하지만, 포퓰리스트(대중인기 영합주의자)적 측면이 굉장히 강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신문·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국민 전체를 대변해야 하는데, 여권은 국민들의 눈인 법원, 검찰, 감사원을 ‘선출된 권력의 심부름을 하는 조직’으로 보고 있다”며 “이런 관념 자체가 인민민주주의이자 전형적인 전체주의”라고 했다. 또 “지도자와 (일명 문빠로 불리는) ‘팬덤’이 직접적으로 결합해 자신들과 다른 정치세력을 기득권 세력이라고 공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광기에 사로잡힌 집단에 의존해 통치하는 게 정상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람들이 1972년 국민투표를 거친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게 황당하다”고도 했다.
그는 586 세력이 기득권화된 이유에 대해 “김대중·노무현 정권 이후 9년간 (야당으로 있으면서) 굶주렸다가 정권을 다시 잡으면서 ‘아무것도 뺏겨선 안 된다’며 결사적인 이익공동체가 됐다”며 “그러다 보니 지식인 사회는 죽고, 시민단체들도 결국 권력층이 돼 버렸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청와대를 향해서도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조국·윤미향 사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에 문 대통령이 어떤 판단도 내려 주지 않는 것을 보면서 ‘이분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청와대 사람들이 온갖 범죄에 연루돼 있다”며 “한두 사람의 일탈이 아니라 여권 자체가 그런 것”이라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선 “자유주의란 정체성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생각이 다른 야당과 합의점을 찾아내 법안을 통과시켜야 법 체계의 안정성이 갖춰진다”며 “하지만 민주당은 다수결을 위한 기계가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 대해선 “당이 잘못되고 있을 때 차기 대권 주자가 나서서 바로잡는 일을 해야 하는데, 이 대표는 친문(친문재인)에 사로잡혀 자기 색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이재명 지사가 차기 대통령으로 적합한지를 묻는 질문에 “차기 리더는 통합을 얘기해야 하는데, 그런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그는 “이 지사는 특정한 사람들을 적폐로 만들고 대중의 분노를 이용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식을 반복한다”며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지금 이 정권이 하고 있는 행태가 증폭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보수 세력을 향해 “비전도 없고, 자기들을 객관화할 능력도 없다”며 “프레임(틀)에 대한 인식이 없다 보니 대중을 사로잡는 능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진보 세력은 믿을 게 대중밖에 없어 만날 정치적 프레임을 짜고 선전·선동을 한다”고 꼬집었다.
홍영식 논설위원/성상훈 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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