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사지마비에 콧줄로 연명 중인 80대 아버지를 어떻게 내보냅니까. 받아주겠다는 병원도 없어 나가면 죽으란 말과 같습니다.”
서울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가족인 성모씨(59)는 최근 병원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해당 병원이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침에 따라 코로나19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기존 환자들은 오는 15일까지 모두 나가달라는 것이었다.
정부는 작년 말 요양병원에서 코로나 집단감염이 터지자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한 전담요양병원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사후 대책도 없이 일방적으로 전담병원을 지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 입원환자 보호자들은 4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행정명령은 인권탄압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이라며 “2주 만에 협의도, 대안도 없이 고령의 중증와병환자들을 나가라고 하느냐”고 항의했다. 이들은 집단으로 퇴원을 거부하기로 했다. 이 병원 환자 262명 중 219명이 퇴원 거부서를 작성했다.
보호자 대표 현모씨(57)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병든 부모님과 형제자매 생명이 걸린 문제”라며 “우리에게 돈을 달라면 돈을 내어드릴 수는 있지만 병상은 결코 내놓을 수 없다”고 했다. 행복요양병원은 지난 1일 서울시로부터 ‘본 병동을 코로나19 전담요양병동으로 지정했으니 2월 15일까지 비워달라’는 행정명령 공문을 받았다. 설 연휴를 고려하면 다음주 초반까지 병상을 비워야 하는 상황이다. 병원 측도 ‘의료진과 인프라를 갖추기 어려워 전담병원 운영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장문주 행복요양병원 원장은 “급성기 질환인 코로나19와 달리 우리 병원은 90% 이상이 장기 입원환자”라며 “이들은 질환에 대한 세심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최근 행복요양병원, 느루요양병원, 미소들요양병원 등 세 곳을 코로나19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