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총 전 미확정 사업보고서 제출하는 상장사들 "공시 대란 걱정"

입력 2021-02-03 15:55
수정 2021-02-03 15:57
올해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상장회사들 사이에 ‘공시 대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개정 상법 시행령에 따라 주총 전 사업보고서 공시가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주총 이후 대규모 정정공시 등 혼란이 불가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2~3월 정기 주총을 여는 12월 결산 상장법인들은 주총 개최일로부터 1주 전까지 2020년 사업보고서를 공시하고 주주들에 제공해야 한다.

지난해까지 상장사들은 정기 주총에서 확정된 재무제표와 경영진 현황, 배당 등 중요사항을 사업보고서에 담아 공시해왔다. 그러나 작년 1월 상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주총 소집공고에 사업보고서가 필수 서류가 됐다. 주주들이 주총에 들어가기 전 회사에 관한 정보를 최대한 알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개정 상법 시행령이 경과기간을 거쳐 지난달 22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올해부터는 주총 전으로 사업보고서 공시 시점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주총 전 공시되는 사업보고서에는 재무제표와 경영진 현황, 배당 등 중요사항이 미확정인 상태로 담기게 됐다. 상장사들은 주총 이후 결과를 반영해 최종 확정된 사업보고서로 정정공시를 해야 한다.

상장사들은 변화된 환경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은 “그렇지 않아도 기업들은 주총 전 사업보고서를 공시하려면 우선 외부감사에 따른 감사보고서가 확정돼야 해 일정상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당국과 함께 이에 대한 상담도 많이 하고 있지만 부실공시 등 혼선이 우려가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12월 결산 상장법인은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시장을 포함해 모두 2351개사에 이른다. 이들 모두가 주총 후 한꺼번에 사업보고서 정정공시를 낼 경우 자칫 공시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재무제표와 경영진 현황, 배당 등 중요사항은 이사회에서 결의된 내용으로 사업보고서에 선 반영해 공시하고, 주총에서 그대로 통과될 경우 정정공시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공시 서식을 개정했다.

하지만 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부결되거나 수정의결 등으로 결과가 달라진 경우엔 즉시 정정공시를 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2029개사 중 340개사(16.8%) 주총에서 의결정족수 부족 등 이유로 안건이 부결됐다. 일부 안건의 수정 의결 등을 감안하면 사업보고서 정정공시를 하게 될 상장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올해는 작년 말 상법이 개정되면서 감사위원 1명 이상을 주총에서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가 시행돼 주주행동주의가 더욱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주총에서 회사측이 제시한 안건 통과가 쉽지 않아 정정공시가 많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김지평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를 활용해 행동주의 헤지펀드 등 다양한 소수주주들이 주주권 행사나 주주제안을 활발히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